깊은 산속의 호숫가나 강물에 비친 햇빛을 받아 빛나는 형형색색의 가을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 "와, 멋지다'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자연을 아끼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자연과 공유할 수 있는 신비한 언어다.
그런 호수나 강물 속의 비친 그림자들이 마음 속 내적 모방을 부추겨 보는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점점 고요의 상태로 들어가게 한다. 바람에 물결이 일거나 다른 물질로 오염되어 있으면 외부의 형상을 제대로 투영할 수 없듯이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다.
마음에 번뇌나 욕망이 가득하면 불안하고 안정되지 못해 사물의 진면목을 올바로 볼 수 없게 된다. 고요한 마음이라야 세상만사의 고요한 본질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될 수 있고, 일체가 텅빈 듯한 고요함이 바로 만물을 관조하는 진리의 본질이라는 의미다.
수 많은 것들이 세상에 존재하면서도 호수에 비치는 구름과 빛, 산과 나무, 숲과 풀들의 그림자처럼 결국 허상이 되고 만다. 이런 것들을 통해 세상 만사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도움을 받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움직이지 않으니 늘 만사가 편안하고, 고요한 호수는 항상 저 아래까지 흘러가본 적이 없다. 고요함은 그렇게 연못에 거꾸로 비친 그림자처럼 있는 듯 없는 듯 깊고 넓을 수 있다. 마치 고요한 어둠 속에 들려오는 산사의 종소리처럼 낮고 힘차고 온화하다.
낮으면서도 힘차지만 온화하면서도 멀리까지 퍼질 수 있지만, 주위의 고요함을 파괴히지 않는 움직임이다. 사람을 침묵에서 깨어나게는 하지만, 만물에 대한 신선한 느낌 자체를 지속되게 만드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래서 아무 의미를 만들어내는 부호가 아닌 그저 하나의 소리일 뿐이지만,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말하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새벽과 황혼 무렵 절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에서 느끼는 것은 침착과 고요의 정신적 정취다.
광활하고 아득한 자연에 스며드는 그윽한 정취를 마음에 심어준다. 깊고 그윽한 세상의 어느 곳으로 무작정 떠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먹고 사는 문제로 괴로운 사람들에게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잠 못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수많은 곡절들이 있다. 그런 곡절들은 나 자신에게만 말할 뿐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을 아름답고 물 맑은 강남의 가을 밤은 더없이 그윽하다. 무엇이 사람들을 다그쳐 분주하게 만들고 고독을 씹으며 떠돌게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이 가을 호숫가에 비치는 그림자나 절에서 들려오는 그윽한 종소리에서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지 세상도 모르고 우리도 모른다. 다만 그런 눈과 귀로 들어오는 자연의 느낌들이 마음 속을 제대로 자극해서 지극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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