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30-8]제30분. 둘이 하나 되는 이치: 하나의 티끌 속에 세계가 있고,
마약이 어떤 사람에게는 보약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말 그대로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마약이 된다. 모든 약에는 질병을 치유하는 약의 성질과 오히려 건강을 상하게 하는 독의 성질이 함께 있다. 사람들은 흔히 독의 성질이 있다면 약이 될 수가 없고, 약의 성품이 있으면 독이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다.
약초에는 약이라 할 성품도 독이라 할 성품도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하나의 약초일 뿐이다. 그런 약초를 잘 제분하여 적절하게 필요한 환자에게 사용하면 그런 인연으로 약의 작용을 할 뿐이고, 그렇지 않아 잘못 사용하거나 양을 지나치면 그런 인연을 따라서 독의 작용을 나타낼 뿐이다. 그래서 여기서 불릴 때는 독이라 불리고, 저기에서 불릴 때는 약이라 불리게 된다.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을 천사의 선물이라고 하지만 그 약에는 천사의 성품이 없으며, 악마의 저주라고 하더라도 악마의 성품도 없다. 그냥 이름하여 약이라고 할 뿐이다. 어떤 사람의 행동을 이쪽에서 보면 선인이라 하고, 저쪽에서는 도둑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니 도둑놈이라 하는 것이다. 더럽다거나 깨끗하다 하는 것은 우리의 관념이라 ‘아, 내 마음이 만든 거구나'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가 있으나, 작다거나 크다는 '객관적이다‘는 인식이 있다.
이것은 내 마음이 만든 것이 아니고 객관적 사링이며 여기에는 실체가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거기에도 실체가 없다. 제법에, 주관이고 객관이고 그 어떤 것에도 실체가 없다. 여기서 티끌이 모여서 세계가 되는 이 이치에 대한 설명이 핵심이다. 즉 일합상이라는 말이 바로 핵심이다. 티끌 티끌이 다 별개라면 티끌 티끌이 아무리 모여도 띠끌 밖에 안 되지 세계가 될 수가 없고, 세계가 세계라면, 세계를 부수어도 세계이지 세계가 티끌이 될 수가 없다. 그런데 티끌이 모여서 세계가 되고, 세계를 부수어 티끌이 된다는 것은 티끌이 티끌이라고 할 것이 없고 세계도 세계라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것을 모아서 하나가 되고, 하나를 부수면 다시 수많은 것이 된다는 것은 우리들의 상식적 수의 개념에서는 하나하나가 모여서 다수가 되고, 다수 속에 하나하나가 있다. 이게 상식이다. 그런데 하나하나가 모여서 다수가 된다는 것은 이해하는데, 다수가 다시 하나 속에 있다는, 다수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하나 속에 다수가 있다. 이것은 수의 개념을 깨트리고 있다. 우리들의 상식을 깨트리고 있다. 즉 하나의 티끌 속에 세계가 있고, 하나 가운데 많은 것이 있고, 많은 것 가운데 하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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