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소아암환우돕기마라톤대회가 있다. IMF가 한창이던 지난 2002면에 그냥 무작정 허물어지는 소아암을 앓는 자녀를 가진 젊은 부모들에게 우리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웃 사촌의 정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시작된 순수 기부성 마라톤대회다.
수익금 전액을 추천받은 소아암 환우들의 진료비로 지원하기 때문에처음 시작하는 마라톤대회처럼 항상 힘들다. 그래도 조직위원들은 꾸준히 우리의 꿈을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 대회가 시작된 이후로 명목상의 기부성 이벤트들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기부는 자비라는 의미로 영어로 charity라 쓰고, 라틴어 카리타스(caritas)에서 유래했는데, 사랑하는 자질이라는 의미였지만, 요즘은 어떤 개인이나 단체에 돈을 기부한다는 말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소유욕부터 욕망에 대한 탐닉에 이르기까지 여러 의미를 두고 있다.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에게 잘못 이식된 자부심의 가장 흔한 형태가 일회성 보여주기식의 단순한 이기주의나 허영심의 발로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극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피상적인 이벤트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왜 그럴까? 건물이나 도로, 혹은 장소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잘못된 자부심의 시작은 개인적인 허영심의 표현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예전에 절에서 부처님과 관련한 행사인 불사를 하면서 신도들에게 돈을 기부받고 이름을 돌에 새겨두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으며, 불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게 되었다.
공직에 있다가 떠나면서 액자에 사진을 넣어 남기는 전시성 과시가 싫어 그냥 나왔던 적도 있다. 요즘도 그런 과시용 전시를 돈을 받고 사고 파는 행사들이 수없이 많다. 대단하지 않는 액수의 돈만 기부하면 그 대가로 공공시설의 한 자리에 이름을 새길 수 있다.
진정으로 인상 깊은 '기증'을 했다면 이름을 딴 건물이 생길 것이고, 완전히 잊힌 뒤에도 이름만은 몇 대에 걸쳐 길이길이 살아남을 것이다. 아름은 분명 살아남겠지만 실제로 이룬 성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저 돈과 허영심을 맞바꾼 단순한 거래일 뿐이다.
진정으로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름만 영구 보존된다는 사실의 무가치성을 뚜렷이 알아본다는 말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성취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이다.
나의 진정한 가치를 가늠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들의 찬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귀중한 자부심으로 빛나지만, 그 빛은 내면에서 우러나는 것이지 외부적으로 사람들의 눈에는 희미하게 비칠 뿐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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