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여름 소나기 같은 가을비를 맞으며 달리다 옷이 거의 다 젖을 때쯤 되어서 혹시 전화기가 비에 젖을까 마침 만난 나들목 통로 속에서 비를 피하고 비가 그쳐 다시 달렸는데 강을 건너고 나니 다시 비가 온다.
비오는 강물은 가장자리에서부터 둑에서 씻겨져 흘러내린 흙탕물과 여러 가지 부유물질들로 누렇게 변했다. 흙탕물을 보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저 물은 먹지 못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비가 그치고 조금만 지나면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어느 것도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내 마음 속에 생겨나는 고민이나 걱정도 똑같다. 고민은 목 마를 때 물을 뜨서 마시는 것과 같아서 마음 속의 초조함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면 저절로 변화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믿고 내려놓기만 하면 오랫 동안 마음을 괴롭힐 고민은 없다. 만약 고민으로 계속 가슴이 터질 듯하다면 내가 고민을 미처 내려놓지 못하고 계속 붙들고 있기 때문이지, 고민이 스스로 내가 좋아 떠나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고민을 빨리 내려놓기만 한다면 마음이 안정되어 닥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거나 위기에서 당장 빠져나갈 수는 없어도 하나하나 차분히 풀어낼 수 있게 된다. 고민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고민을 내려놓지 못할 뿐이다.
세상에는 과거나 미래의 생각으로 사는 사람은 있지만, 그 자체로 살아갈 수는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재라는 확실하고도 유일한 존재 방식으로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의 시공간을 살아가야 한다.
과거의 불쾌한 일로 낙심하거나 아쉬워할 필요가 없으며 일어나지도 않는 미래의 일로 먼저 걱정부터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쓸모 없는 마음을 내려놓을 줄 안다는 말은 현재를 사는 이 이치를 이해하는 지혜롭고 빠른 생각으로 유쾌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 항상 웃으며 인사를 하는 분들이 있다. 나도 그 분들을 보며 나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 깨닫게 된다. 고작 진료실 경영 사정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 지가 이해되고, 모든 사소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설명한다.
이렇게 일상에서의 걱정 하나만을 내려놓기만 해도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생각까지도 확실해진다. 고민은 혼자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것이므로 주관적으로만 존재할 뿐 객관적인 세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몸이 불편한 환자의 밝은 미소를 보면 화목한 가정과 내 진료실을 두고 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음의 무거운 짐과 고민을 내려놓으면 세상살이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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