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세상 모든 생명체는 오로지 자기 종의 존속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다. 어떤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오직 자신과 닮은 자손을 남겨 종를 존속시킨다는 것이 존재의 궁극적 이유라는 말이다.
인류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역사가 없다. 억겁의 시간을 거쳐 진화를 거듭했지만, 여전히 자기와 똑같은 종이 계속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만 살고 기꺼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풍경이다.
알을 낳기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도는 새, 바다의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여 알을 낳는 거북, 알을 낳겠다는 일념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여 강한 물살과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 등 동물들의 위험하면서도 수천 년 동안 한 치도 변함없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이런 일반 생명체들의 오고 감과 달리 인류는 역사가 있고, 그런 역사가 전통과 문화를 만들어낸다. 지금의 인류가 수천 년 전의 조상들과 하나도 차이 없는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없다.
우리의 삶은 다른 종들처럼 단순히 그저 종을 존속시키는 것이, 똑같은 세대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삶의 목표와 업적을 통해 이전 세대와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다른 말로 유일하게 인류만이 창조적이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있다.
간혹 노래하거나 빼어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동물들도 있지만, 그것은 그저 언제나 해왔던 일을 하는 것일 뿐, 새로운 창조가 없다. 인류만이 같은 삶응 통해 시와 음악을 만들고,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비전을 만들며, 실행 기획을 통해 현실화한다.
교향악과 위대한 문학작품처럼 완전히 새로운, 간혹 위대하거나 사소한 무언가를 상상하고, 독창적인 생각과 계획으로 그것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우리 존재를 영원히 바꾸어놓은 혁신적인 발명품일 수도 있다.
화려하지도 알려지지도 않은 어떤 것, 좋은 선생님이나 보기 드문 능력의 부모로서의 개인적 성취일 수도 있고, 때로는 명성과 인정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없는 무언가에 심취하기도 한다. 또는 명성과 인정이 창조의 목표는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다.
내가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나 이외에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는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창조력이 인간에게만 있는 유일한 능력이라는 점이다. 다른 생명체는 가지고 있지 않는 이 능력 때문에 우리는 역사가 있다.
우리가 가진 역사가 위대하거나 극적이고, 때로 사소하거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함부로 대하지 말자. 조상들이 남긴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은, 새로운 창조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고, 소중한 삶을 허비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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