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째 짙은 먼지와 미세먼지와 가을 안개가 뒤섞인 짙은 스모그가 서울의 아침과 낮과 밤을 지배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파란 가을 하늘을 날아올라 마음껏 자유롭게 유영하는 꿈을 꾼다. 그것이 단지 상상 속의 일이긴 하지만 그런 하늘을 보고 싶어 한다.
안개가 걷혀야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듯이 맑고 빛나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음의 모든 고통을 내려놓고 아름다운 것만 기억하고 바라보아야 한다. 살아오면서 오랫 동안 함께 해온 것들을 내려놓고 빛나던 순간만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쓰레기 수거함에 안 쓰는 물건들을 버리듯이 마음 속 맺힌 응어리들은 그냥 내려놓고 언젠가 품었던 아름다운 생각을 기억하자. 그러면 과거의 일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비교하거나 기대하거나 후회아지 않고 오로지 현재의 삶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
살다보면 젊었을 적의 가슴 두근거리던 시절이 떠오르곤 하지만, 더 이상 그 시절처럼 흥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뭔가 조용하고 자유로운 기분이 들게 됨을 느끼게 된다. 어떤 일로 울고 나면 눈물은 흔적을 남기지만 마음은 전처럼 아프지 않는 것과 같다.
현재의 나 자신의 삶의 평화로움을 깨뜨리거나 괴롭히는 것은 아무 것도 의미가 없다. 그냥 내려놓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하나 기억할 것은 내려놓는다고 잊어버리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나이 들어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현재의 삶을 괴롭히는 지나간 감정들을 내려놓으면 과거에서 자유로워지고 새로운 지금의 삶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다. 이보다 더 탁월한 생각은 세상에 없다. 살아가면서 저항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간간히 추억할 중요한 기억들을 남겨두는 일이기 때문이다.
눈물이나 콧물의 흔적과 같은 과거의 감정에 얽매여 아름답고 찬란히 빛나는 오늘을 그냥 흘려가게 내버려두면 정말 현재에서 음미해야 할 삶의 행복한 순간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나는 내 인생작의 주인공이며, 매사를 모두 한 점 아쉬움 없이 완벽하게 연기해낼 수는 없는 법이다. 후회하고 반성하고 아쉬워하지 않는 인생은 온전한 인생이 아니다. 과거를 내려놓으려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막막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흥분되고 아름다웠던 과거의 어느 시절은 머리 속에 남아 언제든지 기회만 있으면 떠오를 것이고, 아팠던 상처는 나를 성장하게 만들고,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면 어떤 것이 나을 성숙하게 했는지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내려놓되 진심으로 잊어서는 안된다. 아름답고 인상 깊었던 경험들은 내 마음이 남아 달콤하면서도 아련하고 쓰기도 한 인생의 참맛을 떠올리게 한다. 철없이 나 자신의 능력에 과도하게 미쳤던 젊은 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을 더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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