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일상과 가장 동떨어진 것이 전통 문화에 관한 가치다. 우리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경복궁 같은 전통적 공간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한다. 그만큼 우리 것을 무시하고 외국, 그 중에서도 미국 것을 기계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배우자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우리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에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독일 방식을 배우거나 따라가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625 남침전쟁 이후 미국의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을 기계적으로 수용하고 추종하고 있다.
민족과 국토가 분단 상태에 있더라도 양측의 제도나 문물에서 역사적이고 전통적이고 민족적인 뿌릭를 유지하면서 근원적인 동질성을 잃지 않고 있다면, 예기치 않는 상황의 변화와 기회가 주어지면 쉽게 재결합의 과정을 거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일제 36년의 식민지 생활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먹고 사는 것만을 지상의 과제로 삼고 총궐기하여 매진했던 근대화 사업의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거나 잊고 지냈다. 오로지 외래의 제도와 문물을 추종하고 모방하는 데만 급급했다.
산업화 과정의 뿔뿔히 흩어진 핵가족제도의 영향으로 우리 문화와 전통은 무시하고 외국의 문화와 전통은 우수한 것으로 주종과 모방하는 정도가 한계를 넘은 지 오래되었다. 사회 문화 현상 뿐만 아니라 사고 방식과 생활 태도와 행동 양식까지도 너무나 미국화되어 있다.
마국의 대중사회가 지닌 갖가지 병리현상이나 상업주의적 병폐가 지금 그대로 우리 사회나 정치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도덕적, 윤리적 일탈행위와 비행범죄는 뿐만 아니라 힘들고 고된 생산과 노동은 기피하면서 쉽게 돈 벌고 쉽게 살려는 부정적 모습이 넘친다.
독일과 일본 사회는 그들만의 전통이 있고 역사가 있다. 미국도 200년 조금 넘은 짧은 역사지만 발굴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대단하다. 우리의 역사나 전통은 이들 나라보다 훨씬 더 길고 강하게 간직되어 수천 년 이어왔다. 그런데도 우리는 문화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독일과 일본은 2차대전의 패전국으로 전승국들의 가치 이념이나 제도의 수용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으면서도 정치 민주주의, 경제 자본주의, 사회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수용하면서도 결코 우리처럼 기계적 모방만으로 시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본 식민지에서 우리 자신의 힘이 아니라 연합군의 승리를 통해 해방을 얻게 되었고 두 개의 이질적 이념으로 대치하는 환경의 결과, 적지않은 미국의 도움 덕분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친선과 문물과 제도를 추종하고 모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독일식 통일이 불가능한 이유다.
우리들 스스로를 폐쇄시키고 외래의 합리적이고 현대적인 문물과 제도까지 거부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는 그 동안 너무 주체성을 지키면서 자주적으로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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