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2년 가까이 지내다 다시 취직한 아들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지인을 어제 만났다. 그 동안 근심으로 어두워졌던 얼굴이 완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이렇게 중요한 존재들이다.
질병으로 아픈 환자들이 정말 고통스럽게 느끼는 것은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두려움이다. 어떤 좋지 않은 상황을 만나면 상황 그 자체 뿐만 아니라 두려움의 고통에서도 벗어나고 싶어 한다.
고통의 두려움은 흔히 고통스러운 경험의 가장 불쾌한 부분이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감각을 순수하고 단순한 감각으로 보고 느낄 때, 감각에 대한 생각들은 그 순간 나게게 쓸모없으며, 그런 생각들이 실제로 필요 이상으로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어떤 신체적 감각을 두려운 것으로 받아들일 때 고통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잘못되고 나쁜 무엇이다.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장 힘들게 느끼는 부분이 바로 자책이다.
아픈 것이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 자신을 얼마나 적절하게 보살피고 관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지적으로 내가 어떻게 문제를 악화시켰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나약함이나 수치심의 느낌까지 마주하게 된다.
고통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것이고, 내가 결함이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습관적으로 나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할수록 변화하는 감각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이 방해받게 된다.
내가 삶에서 느끼게 된 고통의 감각을 중심으로 근육이 수축하고 , 그와 관련된 나만의 이야기가 고통을 극복하거나 벗어나야 할 적으로 인식하면 할수록 그런 고통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어 확고 부동한 암적인 덩어리로 굳어지게 된다.
그런 고통에 대한 나의 감각적 두려움이 결국 새로운 종류의 증상들을 만들고, 그에 상응하는 두려움도 새롭개 만들어진다. 나의 모든 판단과 걱정들이 고통에 저항하면서 내 몸의 모든 근육들을 더욱 긴장시켜 심신을 탈진시키게 된다.
고통이 주는 신체적 불편감 그 자체를 버리고, 그런 고통에 대한 두려움의 감각이 만든 마음 속 이야기를 선택한다면 고통은 내 몸 속에 영원히 갇히게 되고, 고통이 생길 때마다 두려움이 엄습하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고통과 긴박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신체적 고통에는 독특한 특성이 있어서 강하면 강할수록 나머지 다른 세상을 덜 의식하게 되고, 근본적 자기 수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위축감과 자신감 결여로 이어지며, 몸과 마음을 이어주는 연결끈이 끊어지고 나 자신의 길을 되찿기는 더 어렵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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