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전에 함께 한 동안 지냈던 지인 내외를 만나 단촐하고 가벼운 스낵으로 저녁을 함께 했다. 사랑하는 배우자가 손자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는 데서 오는 섭섭함과 불편감, 가벼운 질투심 같은 감정을 어떻게 행동으로 표현하며 서로 상처를 주고 있는지 생각한다.
신혼 초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이들을 섬세하고 부드럽게 다루는 아내의 모습에서 당황했던 감정들을 아내와 아이에게 서투르고 과격한 행동으로 아이를 웃기고 아내의 행동을 비웃듯이 놀라게 했던 일들이 떠올라 스스로 부끄럽고 미안해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나의 마음 상태라는 프리즘을 통해 체험에 색깔을 입히게 된다. 이것을 학문적으로 전이라고 하며, 일상의 어디서나 일어난다. 일터나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할 때, 막힌 길 위에 갇혀있거나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때도 일어난다.
꽉 막힌 길에서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의 운전자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내뱉는 욕설처럼 일상의 어떤 상황에서도 미처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감정을 행동으로 드러낸다. 해결되지 못한 상처는 체험의 문 앞에서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엿보며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 회상한 과거의 기억 속에서 내가 엉겹결에 나타냈던 절제되지 못한 행동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음 속 상처가 겉으로 표현되는 방식에는 독특한 면이 있다. 그런 순간 정작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일상의 어떤 순간에 받는 내 감정적 상처는 나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고, 그런 행동이 끝난 뒤에도 내가 실제로 무슨 행동을 했는지 거의 모르고 있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의 이같은 경향을 쉽게 인식하여 충고해줄 수 있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2,500년 전에 이런 한 사람에서 다음 사람으로 감정적 상처가 전이되어 평정심을 깨뜨리게 만드는 무의식적인 범죄를 단절하는데 많은 업적을 남기셨다. 마음 속에 순간순간 일어나는 것은 무엇이라도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방식이다.
마음챙김이라고 요즘 사회심리적으로 많이 사용하게 된 용어이기도 하다. 감정적 상처로 떨어져나갔던 자아를 다시 본래의 자아로 불러들인다는 의미다. 이것은 재결합이나 마음 밖에 도사리고 있던 무언가를 의식 안으로 불어온다는 의식화의 의미이기도 하다.
감정적 상처는 보통의 삶의 기억 속에는 담기지 않는다. 감정 상처는 말 그대로 견딜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에 정서 체험을 담당하는 뇌에서 결코 처리될 수 없는 것이다. 반성하는 자아의식이나 반복되는 체험 너머에 존재하며 계속 마음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시간 밖에 있는 자기만의 동떨어진 현실에서 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하며 정상적인 현실을 공유할 수 없다. 마음챙김의 기억하는 성질이 외상체험으로 얼어붙은 마음 상태에서 벗어나 시간의 따뜻함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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