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 성 일 : 2024.05.17 + 작 성 자 : 이동윤
+ 제     목 : 질병은 질병일 뿐 우리 자신이 아니므로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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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많은 시간들이 지나갔지만, 우리가 보는 자신은 항상 예전과 변하지 않은 것 같은 현재의 자기 모습이다. 과거 그 때는 지금보다 젊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가 아님에도 우리는 그것을 체감하여 알지 못하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다르지만, 그때의 우리도 지금의 우리도 너무 사랑하고 있다. 누구나 오늘보다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라 격려하고 또 그렇게 생각할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생각 자체를 잊어버리고 그 때 현재의 자신만 바라보고 있다.

사람이나 삶을 사랑하는 데 이유는 필요 없다. 예전에는 할 수 있었던 것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해서 부모나 배우자를 사랑할 수 없게 된다면 말이 안 된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분명 그때의 그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사람을 단지 그냥 사랑하면 될 뿐이다. 아내와 산책을 하면서 한 번씩 미래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우리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과거를 잃어버리고, 사리분별 없어진 상황 말이다.

내가 내 이름이 뭔지도 모르더라도 나라는 사람은 내 속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이름은 사실 필요가 없다.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더라도 내 속에는 이미 들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내 모든 몸과 마음을 걸었던 내 사랑은 그 때도 의심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사랑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고 항상 살아 있다. 우리가 지금 서로 사랑하고 있는 한, 그것은 면면이 이어진 과거의 사랑이 아니라 단지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다. 어느 한 쪽이 기억을 잃었어도 '지금'도 사랑할 수 있다.

아프든 아프지 않든 우리는 지금 여기서 밖에 사랑할 수 없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태도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와도 자신의 가치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스스로를 추스를 의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서 나 자신이 스스로 어떤 결정을 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을 때, 스스로 곡기를 끊고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뭔가 할 수 있는 생산성에 가치를 부여하는 지금의 시대에는 살아있음 그 자체에서 가치를 찾으려면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살아있음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상대의 살아있음 그 자체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치매인이라도 정상인 자신과 동등하게 보고 특별 대우하지 않고, 아예 병이라는 것 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대하는 것이다. 그 병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면 상대가 조금 전 일을 잊어도 화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보다 질병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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