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힘을 빼고 편안히 앉아 뭔가 하나의 생각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에 깜빡 빠져 들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런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자꾸 반복 되는 것에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자체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냥 생각에 빠져들기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바라보게 되었다. 잠깐 동안의 선잠은 의식의 깊은 바닥까지 문제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게 되어 문제와 관련된 깊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일종의 최면 상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사실을 최면상태에서는 기억해 내는 것이나 비슷한 현상처럼 잠깐의 깊은 숙면 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하면 그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불연속적으로 향상되는 느낌을 받고 머릿속도 아주 맑아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선잠 상태에서는 피로한 뇌의식의 회복뿐만 아니라 감정이나 장기 기억과 관련된 뇌 부분이 활성화되면서 각성 상태에서 집중하고 있던 생각이 선잠 상태에서도 이어지면서 아이디어가 생겨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달리기에 집중하다 보면 러너스 하이에 빠져드는 것이나 비슷하다.
선잠 상태에서 주어진 문제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그 문제에 대한 강한 애착이 생겨나고,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가치관까지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선잠은 몰입 상태뿐만 아니라 몰입에 들어갈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몰입을 시도하는 과정이나 몰입에 들어간 상태에서 의자에 기대어 생각하고 있거나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방금 전에 잠을 자고 있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잠을 잔 것이 아니라 생각에 빠졌었다고 말해도 상대는 웃으며 분명히 자고 있었다고 한다.
어떤 때는 차를 타고 가다가 코까지 골며 잤다는 말까지 듣기도 한다.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조금 전의 상태로 차분하게 되돌아가서 기억해보면 내가 코고는 소리에 잠이 깬 것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 자신은 분명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잠이 든 상태였던 것이다. 어떤 때는 진료를 보는 짧은 시간에도 번쩍 놀라 깨어나기도 한다. 나 자신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상대에게는 잠이 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 선잠의 특징이다.
어떤 문제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선잠이 들면, 우리 의식의 활동은 그런 수면 상태에서도 문제를 계속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가 다시 의식 상태로 들어온다. 의식이 들어올 때도 그 문제를 계속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이 연속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식의 연속 때문에 나 자신은 계속 생각했다고 믿게 된다. 선잠 상태의 생각을 무의식이라 정의한다면 깨어있을 때와 선잠 상태의 무의식이 동일한 내용의 생각으로 연속되고 있는 상태도 의식 상태와 선잠 상태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선잠 같은 수면 상태에서는 신체에 들어오는 정보의 입력이 차단되므로 몰입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방해요소가 없어져 각성상태보다 더 쉽게 몰입이 이루어지고, 몰입은 하지만 분석적이거나 비평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단지 생각만 계속할 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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