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31-1]제31분. 알았다는 생각을 내지 마라 : 앎과 모름은 물과 얼음의 관계와 같다.
세상 만물이 고정불변이 아니라 모두 변한다고 한다면, 자칫 그런 제법무상(諸法無常)하다는 법칙 또한 계속 변해가는 것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다. 중력의 법칙에 따라 질량을 가진 모든 것은 중력의 중심인 지구를 향해 떨어진다고 해서 중력의 법칙 마저 땅에 떨어진다고 착각하고 주장하는 오류와 다를 바가 없다.
하나의 법칙은 현상계에서 일정한 부분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물체나 물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력의 법칙은 하나의 현상계를 설명하는 방편일 뿐이지, 그 법칙 자체가 중력의 작용을 받는다고 말할 수 없듯이, 제행무상이 법칙도 현상계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이 법칙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십이연기도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 행위의 결과로 기쁨이나 즐거움을 받게 되고 다시 그것이 씨앗이 되어 행위를 하게 된다는 이 중생계가 변화해가며 유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법칙을 밝혀 놓은 것이다. 부처님 당시의 생각에는 우리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 흙, 물, 불, 바람)의 4가지 큰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늙고 죽는 것이 사람이 안고 있는 고통의 핵심이었다.
그 고통의 근본원인을 무명(無明)으로 진단하여, 이에 이르는 12가지의 과정을 12연기로 체계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무명은 십이인연의 하나로 불교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하는 고제(苦諦) ·집제(集諦) ·멸제(滅諦) ·도제(道諦)의 근본의(根本義)에 통달하지 못한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현상계의 모든 사물이 무상,·무아함을 모르고 갈애(渴愛)를 일으켜 윤회, 상속의 원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무명은 가장 근본적인 번뇌이다.
불교는 인간의 윤회적 생존을 직시하여, 그 윤회적 생존을 초월함으로써 해탈을 얻는 것을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윤회의 원인이 되는 무명을 붙잡고 싸우거나 집착하지 않고 놓아버림으로써 인간의 고통은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성이나 참나, 나의 본체는 본래 평등하며 무차별한 것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차별심이나 분별심 같은 망상이 생기며 그것이 바로 업이다. 모든 존재에 불성(佛性)이 있다는 사상과 함께, 무명과 불성은 얼음과 물의 관계와 같이, 일체번뇌의 근본인 무명의 실체가 그대로 청정한 불성이라는 말로, 이는 인간실존의 절대긍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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