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31-7]제31분. 알았다는 생각을 내지 마라 : 무언가를 고집하거나 주장하지 마라
내가 없고 내가 없다는 것 마저 없으니, 방편으로 설한 것일 뿐이건만, 내가 있다는 생각은 곧 사견(四見)이 있는 것으로 곧 사상(四相)에 집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곧 무명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진리는 본래 없고 없음이므로 없이 있는 것이다. 허공을 포함한 모든 우주 전체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말이다.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경계를 짓고 선을 그어서 그 안에 갖힌 관념인 상(相)을 버려야 제대로 된 진리의 실상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모든 중생이 불성이 있음을 이름하여 '나'라는 지견이요, 무루의 지혜 성품이 갖추어져 있음이 '사람'이라는 지견이요, 본래 번뇌가 없음이 '중생'이라는 지견이요, 불생 불멸하다는 것이 '수자'라는 지견인 것이다. 이렇게 볼 줄 알면 근본 바탕을 바로 보는 지견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계를 분별하는 분별심, 집착심을 내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인 것이다. 일체가 실체가 없음을 밝게 깨달아 믿고 알면 자연 4상의 분별 망상의 삿된 소견을 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4상이 실체가 없는 것이니 병이 없으면 고칠 약도 필요 없는 것이다.
일체 모든 상, 즉 법상이라는 것은 본래 그대로 갖추어져 있는 것일 뿐이나 설명하자니 표현의 방편으로 쓰는 이름일 뿐인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는 세계라는 이름이 없는, 있는 그대로이건만 설명하려는 방편으로 세계라는 이름을 지어 세계라고 설명하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은 실체가 그 이름에 있는 것이 아니요, 본성은 공적한 것이며 인연에 의하여 생겼으니 항상 하지 않고 한번 생겨난 것은 반드시 소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 8만4천 법문도 본래 없는 것을 방편을 들어 설한 것일 뿐 상적멸상(常寂滅相)한 구경열반이 목적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말과 글에 좇지 말고 헛된 망상과 잘못된 관점으로 인해 엉뚱한 상을 짓거나 치우침 없이 집착을 버리고 실상묘공(實相妙空)에 돌아가게 하고자 하는 방편인 것이다.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 라는 일방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리를 수호하려는 지혜로운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언제나 '알고 또한 본다'는 것(지견 知見)이 문제이지, 믿는다는 것은 별로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붓다의 가르침은 언제나 '와서 보라'이지 '와서 믿으라'가 아니다. 알고 본다(知見)는 것은 있는 그대로 믿고 이해하는 것이며, 믿고 이해(信解)한다는 것은 수행하고 배우는 것이며, 법상(法相)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실제의 법상이 아니라 법을 설명하기 위해 본래는 없는 것이지만, 뭔가 깨우쳐주기 위해 뭔가 이해하기 쉬운 말로 표현한 것이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무수한 이론이 등장하여 법상이라는 거짓 이름으로 설하였을 뿐인 것임을 아는(지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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