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는 일이나 갑자기 불안정감을 느끼는 상황을 만났을 때 주부들이 그냥 머리를 싸매고 누워있기보다 집안 전체를 반짝거릴 때까지 쓸고 닦거나 옷과 이불을 전부 새로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정리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살아가면서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기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 집안일이기 때문이다. 생산적 활동이 단지 창조적이고 삶에 공헌하려는 자연스러운 욕구가 아니라, 내가 부적격하다는 두려움과 나을 증명하려는 욕구의 산물이다.
학생들이 이 전략에 걸려들면, 낮 뿐만 아니라 밤 늦게까지 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 음료에 의지하여서라도 힘을 얻으려 노력한다. 그 대가로 성격이 급해지고, 참을성이 없어지고,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끊임없이 나 자신을 또 다른 일을 하도록 재촉하며 몰아대면서 스스로를 몸으로부터 단절시킨다. 일중독, 공부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중심적이 되고 나 스스로를 나쁘다고 느낀다는 것만으로는 스스로를 늦출 수 없다.
한 가지 일을 더 처리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 즉 나를 더 낫게 느끼기 위한 가장 믿을 만한 방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남자들은 나이가 젋으나 늙었거나 술 한 잔 하면서 자연스레 빠지는 군대 이야기에 눈에 빛이 난다고들 하는 이유다.
"왕년에 내가 군대 있을 때는...부대장의 표창장도 받은 부대 내에서 가장 뛰어난...이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현실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우리의 감정적 대체물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매력적인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 지나간 영웅담들이 나의 가징 심층적인 욕구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나를 떠받쳐 넘어지지 않게 하고, 잠시지만 유쾌한 감각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받지 못한다거나 무가치하다는 느낌에서 오는 생생한 감각을 잠시나마 느끼지 않게 된다.
어떤 일을 성취해 내면 내가 부적합하다는 느낌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 카페인 음료에서 무카페인음료로 바꾼다고 해서 내 자신이 욕구하는 내가 생산적이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을까 두려워 마음 속으로 나 자신을 몰아세우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직업적인 일은 보통 생존에 필요한 기본 욕구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하지만,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가는 대체 만족감의 또 다른 핵심 영역이다. 일이 사랑과 존경을 얻기 위한 간접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관계의 욕구를 내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가와 연계시킨다. 그래서 무가치감에서는 오는 두려움을 보상하기 위해 일에 매달린다. 돈이나 권력을 통해 '해냈다'는 만족감을 통해 제대로 할 일을 한다고 믿고 싶어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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