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내가 나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부심은 대학 입학을 하고 열심히 사회적 호기심을 키웠던 20대부터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지만 60대가 넘은 지금 현재가 아마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듯하다.
아마도 젊은 시절은 자부심은 있었지만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았고, 요즘 무난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과 많지는 않지만 안정된 생활과 건강한 체력으로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의 높은 자부심의 원천이 되고 있다.
자부심은 자기 규범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나 사회 생활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지 않고, 나 스스로 세운 높은 기준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반대에는 신경쓰지 않지만 나 자신의 인정에는 아주 깊이 신경을 쓰며 살아간다.
내가 속한 문화나 집단이라 해도 다른 사람이 지키는 규범과 관습은 하나하나 모두 따져보고, 다른 사람이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충실히 따른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래서 젊을 때는 어려운 상황을 만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인정은 하되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의 생각보다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미소에서 위안을 얻거나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서 안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태극기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헌법에 구현된 가치를 상징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의미가 없으며, 그것은 그들의 몫이자 삶일 뿐이다. 나에게는 내가 생각하는 태극기의 가치가 중요할 뿐이다.
크리스마스도 똑같다. 불교 신자인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지만, 예수와 하느님의 신성함과 이를 둘러싼 관습에 따라 다른 사람들이 교회와 관련된 의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같은 종교적 상징도 초파일 같은 불교적 상징처럼 그런 상징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축제에 와서 관습에 따른 의식을 수행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전혀 상관할 필요가 없다.
누더기를 걸친 채 자신의 은신처인 통 밖에 드러누워 으리으리한 의복을 걸친 알렉산더 대왕을 마주한 채 햇빛을 막지 막고 조금 비켜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디오게네스의 모습을 상상하며 진실한 자부심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
디오게네스와 같은 가식이라고는 전혀 섞이지 않은 온전한 자부심이 나에게 있는가? 혹시 알렉산더 대왕처럼 외적이고 겉모습에 기댄 자부심에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 스스로 이런 자부심의 본질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