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31-2]제31분. 알았다는 생각을 내지 마라 : 바깥 경계에 끄달리지 말자
모든 형상과 심상(相)은 실체가 없는 것이 환술(幻術)로 현재 있는 것처럼 환화(幻化)하는 것이다. 고로 환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상에 대하여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모든 존재하는 것(有)에 대한 상(相)을 깨뜨려서 환화의 상에 대한 마음을 소멸시키는 것이다. 또한 환화의 상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이미 환화의 상을 깨뜨리고 나서 그 다음에 그 공(空)의 상(相)마저 버려서 환화의 상이 없는 공에 대해서도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중생이 본래 마음이 상을 떠나 있는 줄을 모르고 온갖 상을 취하여 생각을 움직이고 마음을 내기 때문에 먼저 모든 상을 깨뜨림으로써 상을 취하는 마음을 없앤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화가 존재(有)한다는 상을 깨뜨린 다음에는 다시 환화가 존재하지 않는다(無)는 공성(空性)에 또 집착하므로 다시 그 공성마저 버리는 것이다. 이리하여 유와 공에 집착하는 마음을 함께 버려서 중도를 얻으니 부처님이 들어가신 제법의 실상에 부합하는 것이다.
일체의 존재나 내가 일으키는 갖가지 생각들은 번뇌망상에 속한다. 그러나 법칙이 번뇌망상이라면 그 법칙 또한 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법칙이라 말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제법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망상이 아니다. 나의 생각이란 것도 사실을 나의 업식이 투영되어 비쳐진 허상일 뿐이다. 업식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생각도 그에 따라 변하게 된다.
따라서 생각은 생주이멸(생겨났다 없어지고)하고, 육신은 생로병사(태어났다 죽고)하고, 물질은 성주괴공(만들어졌다가 파괴어어 없어지고)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과정의 네 단계가 아닌 다섯 단계로 설명한다 해도 그 핵심은 '변한다'는 데에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체 생명 가진 것들'을 분류하는 것도 그렇다. 부처님 시대에는 알에서 태어나거나 태반에서 태어나거나, 습한 데서 태어나거나 다른 것에서 변해서 태어나거나 모양이 있거나 없는 것 등으로 분류되었다.
요즘은 인체의 구성요소가 지수화풍이 아니라 수많은 원소들로 설명되며, 생명체의 분류도 척추동물, 무척추동물, 혹은 어로나 조류, 양서류나 포유류 등으로 부처님 시대와 다른 분류방법의 차이는 시대 상황에 따라 사용되는 언어 표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경전이나 설법을 들을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시대 상황의 변화를 무시함으로써 전혀 다른 말과 뜻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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