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질서가 없는 사회가 있을까? 내가 속해 있는 크고 작은 사회 조직이나 모임과 집단에는 위에서 아래로, 앞에서 뒤로.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의 흐름과 연결, 즉 그물처럼 서로를 연결하여 마땅히 있어야 하는 차례와 순서를 유지하는 위계질서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일정한 질서 유지가 없다면 무질서와 혼란뿐만 아니라 역할이나 기능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분담이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질서 없이 임시로 모여들어 규율과 질서가 없는 오합지중(烏合之衆)이 되고 말 것이다.
왕정시대에는 신분제로, 종교사회에서는 교권제, 현대사회에서는 관료제로 존재하고 있다. 관료제라고 해서 꼭 행정조직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학교, 정당, 노조, 종교계 등에서 조직을 체계화하고 기능화하는 서열이 존재하고 있다.
하다 못해 친구 사이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권위와 서열이 정해져 있다. 자본주의 사회나 사회주의 사회나 가리지 않고 통용되고 있는 것이 위계에 따른 질서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질서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 목적을 이루는 과정과 난이도가 달라진다.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자원과 재화를 배타적으로 얻을 수 있는 힘이 권력이라면, 일방적인 물리적 강제보다 다른 사람들의 동의와 승복으로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여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힘은 권위에 속한다. 합법적이기보다는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힘이다.
우리 사회는 예전부터 권력보다는 권위를 존중하는 사회였는데, 일제 시대와 625 남침전쟁을 겪고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법적이고 권력적인 경향이 강해졌다. 요즘의 고시를 통한 관료제와 재벌 노조들이 대표적 권위주의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아랫 사람이 윗 사람을 존대하고, 제자는 스승을 존중하며, 자녀는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을 인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어떤 물리적 힘이나 법적인 규제보다 더 강한 우리만의 사회적 구속력을 갖는 권위의 바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권력과 권위를 구분하지 못하고 권위를 권력 혹은 권위주의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전혀 다르다. 권위주의는 법과 규제에 의한 권리 행사로 지칭되는 권력의 행사을 의미한다.
조상에 순응하는 행동이 제사 전통을 지키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억울한 일이 있으면 법원의 힘을 빌리고, 판결이 나면 그것에 승복하고 순응하는 것도 합의된 법의 존엄성에 복종하는 것이다. 독재자들이 법을 이용하여 반대파를 숙청하는 것도 권위주의다.
권위는 정치력이나 경제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품과 도덕성, 실질적인 능력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설사 지위나 역할에 따른 것이라 해도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연륜과 성실한 노력과 꾸준한 축적과 인격과 학식과 기량에서 얻어지는 개인적인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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