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32-4]제32분: 응신과 화신은 참된 것이 아니다 : 허상은 허상일 뿐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란 본시 어떤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가르침을 받아 듣고, 외워, 지니고 그것으로 지식을 삼으면 나의 의식을 증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진짜 메시지는 새로운 지식을 보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쌓여 있는 업식을 깨뜨리는 것이다.
수행은 깨뜨리는 공부이지, 지식을 쌓은 것이 아니다. 이것을 오해하게 되면 불법의 가르침이 도리어 잘못된 역할을 할 수도 있게 된다. 요즘도 불경을 일고 참선하는 것은 아주 좋아했지만, 절하는 것은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경을 읽으면 사리분별이 아주 정확해서 머리에 속속 들어오는 기분이니, 공부가 재미있는 것은 당연하다. 살아가면서 아는 인간관계에서 부딪치는 괴로움 속에 경전 속의 부처님 말씀에서 동지애를 느끼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만이나 불쾌한 원인의 근거를 조목조목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포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경전을 공부하면 도리어 주위 사람들을 불법에서 멀어지게 하고 스스로도 괴로움의 그늘에서 더 힘겹게 헤매게 된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현실의 차이가 그만큼 자신의 삶을 무겁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참선을 좋아사고 경전 읽기를 좋아한 것은 그것을 통해 자기 아상을 합리화기켜 갔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내가 믿는 불교가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종교라는 믿음에, 내가 하는 수행이 불교에서도 제일 높은 수준의 수행법이라는 확신까지 덧붙여 나의 아집을 치장하는 장식품으로 삼고 있다. 불교도 종교라서 공부를 잘못하면 아주 부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옳고 내가 싫어하면 틀린 것이란 관념에 젖어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알고 보면 수없이 많다. 실제로 헛똑똑이인 셈이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함과 옳고 그름의 문제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집에 묶여 좋고 싫은 기호를 옳고 그름의 분별과 밀착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은 우선 자기 주장이나 아집을 깨뜨려야 한다. 이 아상을 깨뜨려야 금강경의 본 뜻이 제대로 들어오면서 아상 소멸을 향해 정진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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