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실한 사랑을 받아야 할 마땅한 대상은 누구일까? 나를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일까? 절대로 아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면? 바로 나 자신이다. 물론 꾸미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의 실제 모습을 사랑한다는 조건이 붙기는 한다.
인간이 신의 모습을 본뜬 존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어떤 사람인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 단지 인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두가 어떤 한계가 있든 존엄성이라 부르는 자질을 갖추었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종교적 윤리의 바탕을 거부하고 이성과 경험만을 기반으로 생각한다는 철학에서도 인간의 본성에서 존엄성 같은 자질을 이성이나 경험으로는 밝힐 수 없다는 것이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 사랑에 따르는 종교적 해석은 무리가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비교적 드문 일이다. 존엄성은 누구나 갖춘 자질이 아니며, 단순히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도 않다.
북한에서 장애인들을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듯이 애초부터 존엄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찾지 못하도록 금지한다면 존엄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미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낯선 사람이나 적까지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권고는 말 그대로 정치적 권고일 뿐이다.
전쟁 중에 부상당한 적군을 의사가 치료해 주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도 함부로 죽게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는 직업적 소명의식일 뿐이다. 이런 것까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면 사랑의 개념 자체가 어처구니 없어진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듯이, 종교인들이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겉으로는 사랑을 표방하지만 안으로는 수용자들의 복지 비용으로 챙기는 비윤리적 행위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사랑을 표방한 행동을 많이 한다면 사회적 평화는 더 가까워지겠지만, 이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사랑이라는 말을 빌린 행동 양식이나 정책의 탈을 쓴 행동은 위선이고 위해다.
사랑이라는 이상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어떤 고결한 감정 하나 없이 사랑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절대로 가능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면 충실하고 보람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할 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결국은 예의를 갖추는 인간관계다.
자부심이 높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사랑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끊임없이 필요하다. 가족의 범주를 벗어난 대부분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바탕이 바로 예의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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