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31-8]제31분. 알았다는 생각을 내지 마라 : 견해나 주장을 내지 마라
옛날에 임제 스님에게 ‘업이라고 하는 건 그럼 어떻게 되느냐?’ 제자가 물었다. 스님께서 ‘隨緣消舊業(수연소구업) ’ 이라고 하셨다. ‘인연 따라서 舊業(구업)이 저절~로 봄날에 눈 녹듯이 그렇게 녹아진다.’는 의미다. 근본 원리인 ‘사람이 부처다’라고 하는 그거에 대한 아주 철두철미한 확신만 가지고 있으면 저절로 녹아진다. ‘인연 따라서 구업이 녹아진다’
큰 스님들에게 있어서 '업'이란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그런데 관심이 있는 제자들이 있으니까 '근본 원리 제대로만 파악하고 있으면 그거는 봄날에 눈 녹듯이 시간이 가면 저절로 봄날에 눈 녹듯 녹아없어질 것이니 절대 걱정하지 말아라.'고 안심을 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서, '욕심이 많다'거나 '게으르다'거나 겁낼 거 없다는 말이다. 욕심이나 게으름 같은 것을 분해해 보면은 실체가 없는 것이나까. 어리석음도 실체가 없고, 아무 것도 실체가 없지.
그렇지만 이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쌓인 그 업을 통해서 그래도 뭔가 그 업성의 그늘이 드리워져가지고 잡힐 듯 잡힐 듯 그런 잡히지 않는, 그런 각자의 그 그림자, 탐욕의 그림자, 게으름의 그림자, 뭐, 온갖 그 업성의 그림자들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거 겁낼 거 없다. 그러니까 '나'라는 지견, '너'라는 지견, '중생'이라는 지견, '생명'이라는 지견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 본래의 근본은 없는 것이니까.
즉 부처님께서는 네 가지의 허물을 벗어던지게 하기 위해서 말씀하시는 것일 뿐, 무엇인가를 진리라고 고집하시거나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불성이 있다'는 말이 마치 불성이라는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견해가 된다면, 그것은 이미 잘못된 것이다. 이 이치를 아는 것이 바로 불법이다. 서울가는 길은 각자의 처지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어느 방향이라고 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이나 '진리'라는 어떠한 상도 가지지 말아야 한다.
'진리란 진리가 아니므로 이를 진리라 말한다'는 말의 의미도 진리라는 실체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면 제법무아와 제행무상의 이치를 바로 알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금강경의 핵심이다. 언제나 이 점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마음을 자주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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