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31-5]제31분. 알았다는 생각을 내지 마라 : 꿈에서 깨어나라
마음은 어느 때든지 항상 분주하지 않고 푹 쉬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 마음이 쉬지 않고 계속 무언가 생각을 만들어 내는 한 아무 것도 알 수 없게 된다. 모든 것은 다만 명칭일 뿐이다. 허망한 대상에 마음을 주고 생각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는 일이다. 마음 속 생각은 순간순간 사라졌다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므로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잘 나가다가도 문득 떠오른 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모든 것이 다시 원위치되어 업의 흐름에 휘둘리게 된다. 그 결과 일정한 모양을 짓게 되고, 거기에 집착하여 분별을 일으키게 된다. 이렇게 분별이 일어나는 순간 퍼뜩 정신을 차려 마음에서 일어나는 분별과 번뇌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분별과 번뇌는 사라지고 더 이상 망상의 싹이 자라지 못하게 된다.
만약 그것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둔다면 번뇌의 싹이 무럭무럭 자라 온갖 괴로움의 형상으로 내 삶을 헝클어 무너뜨리게 만든다. 제행무상이 제법무아의 연기법을 확연하게 비추어 볼 수 있다면 일체의 괴로움이 마음 속에 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은 누구나 꿈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그 실상을 볼 수 있다.
호랑이나 폭력단에 쫓기고 있는 꿈을 꾸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최고의 상태로 올라갔다가 갑자기 놀라서 잠을 깬다면 그 때까지의 하도 커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두려움이나 죽음에 대한 괴로움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힘이 빠지게 된다. 깨달음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1주간 혼자서 끙끙거리며 궁리하다가 결국 풀었을 때 머리 속을 채우던 그런 '해냈구나!'라며 현실의 문제 해결의 충만한 느낌을 직면하는 것과 같다.
금강경에서 말하는 제법이 무상하다는 것은 실상과 허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허상을 벗어던지기만 하면 마치 꿈에서 깨어나듯 그대로의 실상이 드러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무엇인가 법의 실체를 찾으라는 말이 아니라 오직 허상을 허상으로 바로 볼 것을 강조한다. 각양각색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색깔로 된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기 때문에 누구나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내가 끼고 있는 색안경을 벗어던지는 것이 먼저고, 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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