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금강경31-10]제31분. 알았다는 생각을 내지 마라 :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누가 나에게 욕을 하거나 따귀를 때린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나는 우선 기분이 나빠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들거나 밖으로 나가버리게 된다. 의지의 차원을 넘어서거나 '이래 저래해야 되겠다.'는 분별의 차원을 넘어서 버린다. 즉 분별의 차원이 아리라 평소에 훈련된 업식의 차이라는 말이다. 컴퓨터에 사전에 입력된 자료에 따라 각 단계마다 '통과' 혹은 '중지'가 정확하게 이루어지듯이 나의 반응도 똑같다.
이런 반응이 일어날 때마다 즉시 즉시 알아차리게 되면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끝낼 수 있고, 어디에도 걸리거나 집착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실오라기 하나라도 걸려 있으면, 그 생각이 꼬리를 무는 상념이 되고 합리화가 따르며, 그릇된 업식만 확장하게 된다. 결국 어떤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붙잡거나 집착하지 말자. 무념, 무상, 무주의 이치를 깨닫자.
이런 이치를 이해하고 공부하고 있으면서도 집착이 잘 안떨어지는 것은 내가 집착하는 것이 마치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전도된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 잔소리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런데 잔소리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니까 '이것은 잔소리, 저것은 바른 소리'라는 둥 잔소리의 실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실체가 없으면 영원히 지속되지도 않는 헛깨비 같은 것임을 안다면 누가 어리석게 그런 생각이나 이미지들에 집착하겠는가. 한 생각 일어나지 않으면 형상을 짓지 않게 되고, 형상을 짓지 않으면 더 이상 집착할 일이 없는 것이다. 항상 마음을 관찰하여 무언가 일어나는 순간 바로 차단하는 훈련을 하자. 그래야 미련없이 놓아버릴 수 있다. 그 순간을 놓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차단하기 더 어렵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지적을 해주는 데도 그것이 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이 나를 아는 만큼 내가 나를 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의 파동이 서로 공조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반응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훈련이 바로 나를 바라보고 그때그때 일어나는 마음, 느낌을 바로 그 자리에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표현을 동시에 관찰하면서 일상적으로 나 자신의 자기 관찰을 지속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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