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만으로는 인간의 행복을 구현할 수 없다.
우리가 만드는 과학적 발전은 탐구와 발견에 대한 열정의 결과인 것은 맞지만, 이런 과학적 탐구가 인간의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은 일종의 큰 깨달음이다. 과학적 지식은 아무리 흥미롭고 깊이 들어간다하더라도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데는 불충분할 따름이다.
세속적인 교육으로는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로 연구의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끝을 발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복잡해질수록 정신적인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는 이유다. 교육을 통해 전통 관습을 없애고 기술 입국의 나라를 만들더라도 전통적 문화의 영혼과 뿌리를 파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 식민통치 36년 동안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미소와 회유, 선전과 고문, 그리고 학살 등 우리 조상들의 정신을 개조하기 위해 모든 짓을 서슴치 않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으며, 그런 만큼 우리 문화를 지키고 독립을 되찾으려는 민족의 희망은 고스란히 그대로 살아남아 있었던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노력들은 조상이나 스승들의 솔선수범을 통해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삶에 구현되는 식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 인류학과의 배리 휴렛 교수는 아프리카 아카 피그미 족의 행동을 관찰한 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문명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중요한 본성'이라 주장했다. 인간 본성에서 우러난 교육은 자녀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카 피그미 족의 어른들은 사냥 중간에 휴식할 때 자녀들에게 작은 도끼나 땅 파는 작대기, 칼 등을 준다. 아카 피그미족은 틈만 나면 단순한 놀이를 통해서 여러 도구의 사용법을 가르쳤으며 자녀들은 자기 행동의 40% 이상을 어른이 가르쳐 준 것을 익히는 데 쓰고 있었다. 아카 족은 자녀를 포함해서 누군가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 선진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펄쩍 뛸 일이었지만,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아카 족의 교육은 헬리콥터 부모와 달리 개인의 자율을 중시함으로써 아이들의 삶 속에 공유와 평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즉 인간 본성에 충실한 교육이 현재의 경쟁 위주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자녀의 배우고 싶은 욕구를 터줄 때 교육은 급속도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아이의 자율성을 빼앗으면 동기를 억누르는 것이다. 자녀가 어른이 돼서도 주위를 맴돌며 이것저것 지시하는 현재의 ‘헬리콥터 부모’의 교육이 인간 본성에 어긋날 수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천재성에는 인간적 완성이 절대적으로 수반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다. 탁월한 재능이나 지적 혹은 예술적인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들이 반드시 훌륭한 사람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위대한 종교인이 사기꾼일 수도 있고, 위대한 학자나 문학가도 스스로 불행해질 수 있으며, 뛰어난 예술가도 자만심에 가득차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이 특정한 자신만의 분야에서 발휘하는 천재성에는 가장 소박한 인간적 완성, 즉 이타주의라든가 선량함이라든가 진실함이 동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내 삶을 고무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에 적절한 어떤 실재, 즉 인간적인 깊이와 힘, 그리고 고요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과학적 연구 태도는 이전의 자기 논리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가 존재 방식 자체를 통하여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것을 충실히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스스로 그 논리를 구현하고자 하는 이중적 욕구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정신적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반 만 년 이어져 온 전통을 충실하고 완벽하게 보전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생활 속의 깨달음을 찾는 과정에서 아직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쉽게 세상에 접근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것이 놓여진 전통이라는 보석 보관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음 속 깊숙히 영감을 불어넣는 완벽함을 예감하고, 거기서 희망의 원천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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