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받기는 왜 싫을까? 생리적인 이유가 있다
자부심이라는 말은 통상 '좋은 태도'로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자부심의 바탕에는 사랑이 전혀 없기 때문에 파괴적인 성품으로 나타나기 쉽다.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거절 받을까 두려워 괜히 방어적 허세를 부리거나 확실한 사실까지도 부인하는 경우들이 흔히 발생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거절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거절을 받아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연인 관계 사이나 업무 관계에서도 일어난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거절을 당하고 기분이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부심이 높은 사람에게 거절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거절을 받으면 스스로를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 혹은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되어 결국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상황을 결론 짓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국립과학협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2011년 연구에 따르면, 거절을 당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경로는 육체적인 고통을 경험했을 때와 동일한 경로를 통해 활성화된다.
신체적인 고통과 사회적인 거절은 뇌의 이차 감각 피질과 후두 섬의 활성화를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한 뇌 반응이 일어난다. 사회적인 고통을 느낄 때 뇌의 모르핀 수용체에서 진통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또한 육체적인 고통에 직면했을 때 분출되는 엔돌핀과 동일한 물질이다.
모든 사람들이 거절을 받으면 상처를 입게 되지만, 사람에 따라 상처를 받는 강도에는 차이가 있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거절에 대한 고통이 크고 극복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있는 사람들은 거절에 대한 회복력이 빠르다. 이 점에서 자부심과 자존감은 다르다.
거절에 취약한 사람은 거절을 당하면 상황을 점점 악화시키게 되는데, 거절 당한 상황에 정신이 사로잡혀 상대와의 원만한 관계를 거부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위로의 말을 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독선적이거나 오만하거나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은 자부심은 높을 지언정 거절 받은 상황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상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반면에 겸손한 사람들은 자부심 자체를 놓아버렸기 때문에 거절하는 상대에 대해 굴욕감을 느끼지 않으며 자부심에 상처를 받지 않는 일이 없어진다. 그래서 자부심으로 진정한 자존감을 대체해 보려고 애쓰는 일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거절에 대한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피전략을 쓰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수 있게 된다. 자부심의 상태에 있으면 자신의 생활 방식이나 신념 체계, 주변 상황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끊임없이 집착하며 그것을 옹호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쓰면 쓸수록 다른 사람의 의견에 상처받기 쉬운 상태만 계속될 뿐이다.
결국 자부심과 허세를 포기하고 나면 어떤 안도감이 내면에 들어선다. 더 이상 나의 이미지를 지킬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공격이나 비판이 줄어들다가 멈추게 된다. 옳다고 증명할 필요를 놓아버리면 도전받은 일도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거절을 받았을 때는 그 상황에 빠져들지 말고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사람인지, 또 가치 있는 사람인지 인식할 수 있다. 또 나를 진심으로 믿고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내가 과잉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충분히 속상할 수 있는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을 기대해보는 것이다. 자부심은 용기나 받아들임, 평화에서 나오는 바위 같은 단단한 진정한 힘을 대체하기에는 너무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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