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평소 가깝게 지내거나 존경하던 사람이 심각한 질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거나 회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환자 자신이 알고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지금 부인과 함께 집에 머무르고 있고, 이따금 찾아오는 고통과 불안 속에서 자신의 상황을 일깨워주는 압도적인 현실을 마주하며 순간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용기와 의지를 잃지 않고 끝까지 병마와 싸울 것이지만, 헛된 희망은 품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만의 인생 계획은 미완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그에게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어리석은 일이 어리석은 것이 쾌유카드를 보내는 것이다. 환자를 더 우울하게 만들고 깊은 상처를 남기며, 자신만 환자에게 무언가 사회적 의무를 다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뿐이다.
다음으로 최악의 행동은 환자에게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들, 즉 날씨나 아는 사람의 근황 같은 환자의 마음 속 불안을 덜어낼 애기들을 늘어놓으며 환자에게 힘을 주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얼굴이 좋아보인다느니, 하루 빨리 완쾌하길 바란다느니 하고 인사한다.
이런 가식들로는 친구의 기운을 북돋워줄 수 없다. 당연히 좋아질 것이라는 것은 고통스러운 위장이다. 누구보다 친구 본인이 잘 알고, 우리 자신도 잘 안다. 이런 불편한 몇 분을 참아내고 어색한 자리를 빠져 일상으로 돌아올 뿐이다.
이런 가식적인 행동으로는 친구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런 서툴고 인습적인 행동으로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에게 간신히 숨겼을 뿐이다. 그냥 정치인들이 하는 것처럼 맹목적이고 상상할 수 있는 양식에 맞춘 기계적 시늉일 뿐이다.
나는 우선 찾아가기 전에 그 사람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미리 확인한다. 가족을 통해서 최근의 기분이나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지 전화를 해본다. 그리고 찾아가도 되겠는지 물어본다.
힘든 투병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없이 힘만 빼는 수다를 원치 않는다. 물론 나도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없다. 어떻게 지내는지 묻고 친구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한다. 환자가 처한 두렵고 고통스러운 공포와 불안을 이해한다.
그런 이야기까지는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애써 피하거나 거짓말로 뒤덮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도 진실을 알고 있다. 이 사실을 어떻게든 서로 알고 있다면, 그에 대한 나의 걱정은 진실해 보일 것이고, 따라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사실이 분명해지고 나면 그제서야 다른 의미 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된다. 어색한 상황에서 어색한 침묵을 무마하기 위해 날씨나 일상 등 시시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 가족이나 죽음에의 감정까지도 나눌 수 있다.
이런 것들이 환자들을 심하게 옥죄어오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들이다. 무거운 고민을 함께 나누면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마련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는 신중함이 가장 중요하다. 의미 없는 수다보다 나에 대한 사랑과 우정을 느끼는 상대와의 허물 없는 대화 속에 드러나는 솔직함과 진솔함을 원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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