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대학 교수가 같은 대학 교수 출신의 장관에 의해 모 방송국 사장으로 임명되었다가 국외 출장에 가족을 동반하고 고급식당에서 식사한 개인적 비용 수백만원을 법인카도로 결제하는 등 공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가 영수증 처리 과정에서 비리가 밝혀져 자진사퇴하고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다.
세상에는 평소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사람도 엉뚱한 문제에 휩쓸려 큰 실수를 범할 수 있다. 때로 그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간의 명성이 영영 무너지기도 한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그런 인한 피해가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장관 등 공직후보 국회 청문회에서 전혀 우연한 일로 인해 일파만파 지나온 삶의 궤적이 알려지거나 어울리지도 않은 일들을 겪게 된다. 어찌보면 왜곡된 시각에 의하거나 조작된 사실에 근거한 모함도 있다. 엄청나거나 사소한 누군가의 실수때문일 수도 있다.
힘과 기지가 넘치는 어떤 사람이 최상의 높은 위치에 올라 막대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했고 국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활발한 업무 과정 중에 사소한 청탁의 오해가 있는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세상에는 거짓이 없으며 모든 비밀은 새와 쥐에 의해서도 결국 밝혀지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짐작했어야 했고, 사실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 쯤이야!'하고 대수롭지 않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도 넘겨버린 결과다.
이런 사람이 내가 평소 잘 알던 사람이라 생각해보자.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도 식사를 함께하는 등 막연한 사이였던 사람을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면, 상대는 아마도 수치스러운 마음에 눈길을 돌리며 나를 못 본 체할 수도 있다.
낭패감이 워낙 크다 보니 나를 마주했을 때 벌어질 어떤 일도 감당할 자신이 없고, 알은 체해봤자 즐거운 일도 없으리라는 나름의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닥으로 떨어진 명예감을 무덤까지 안고 가야 할 만큼 깊다는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그의 실수에 대한 굴욕감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버림 받은 고통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사별한 슬픔, 다른 어떤 상실도 어느 정도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명예심을 잃은 것은 사정이 다르다.
법에 따른 형벌을 받는다고 해서 죗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다. 평생을 갚아도 그 죗값을 다 갚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평소 알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일까? 술 한 잔하자고 말을 건네고 시간이 없다면 구체적으로 다음에 한 잔하고 시간을 정한다.
중요한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지 않는 것이다. 유감이라고. 그 소식에 많이 놀랐고 마음이 아팠다고. 그래도 내 눈에는 당신이 멋지다는 식의 이야기도 괜찮다. 시실 맞는 말이기도 하니까.
시련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다시 새로운 일을 하며 행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자. 권력이나 영향력은 없어도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도 많이 있으며, 행복을 위해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해주자.
다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는 진정으로 행복하고 자부심이 넘치며, 생각이 깊고 현명한 사람들만이 이런 말이라도 건넬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할지 몰라 아무 말이나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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