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쁜 현실을 살아가면서 은연 중에 눈에 보이지 않거나 움직이고 변화하는 상황은 인식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기 쉽다. 예를 들어 계절의 변화는 영속적인 변화 상태에 있기 때문에 확고 부동하며 확실하고 결정적인 지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여기서 겉으로 나타나는 현실 뒤편의 확고하고 영속적인 요소를 찾으려는 노력이 생겨나게 된다. 그래서 쉽게 찾아내는 것이 현상 뒤편에서 눈에 보이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영속적인 원리가 바로 인과관계라는 하나의 법칙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인과관계가 알고 보면 현상 뒤의 영속적인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현실 세계가 불가항력적으로 인과관계의 지배를 받지만, 그 인과관계 그 자체도 영속적이고 자율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그 자체로 스스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원인과 상황의 상호 관계 작용을 통해 나타나고, 여러 요인들 중에 하나라도 모자라게 되면 그 현상은 사라지게 된다. 무지개는 비구름 위로 떨어지는 태양광선의 작용으로 나타날 뿐이다.
무지개는 햇빛의 영향으로 환각처럼 일시적으로 보이는 가시적 현상일 뿐, 그 자체에 내재하는 고유한 성질이 없기 때문에 거울에 비친 대상처럼 원래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에 대해 해체나 소멸이라는 말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현상들은 순간적인 요소들이 일시적으로 조합된 결과일 뿐이다. 영속적이고 독립적은 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하늘 한복판에 나타날 수는 없는 것처럼 독립적인 어떤 것도 나타날 수 없는 법이다.
인과 관계가 현상의 기초를 이루는 영원한 원리라고 부를 만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세상 현실의 모든 현상들은 단지 나의 정신을 통과해서 나오는 어떤 이미지에 불과하다.
우리가 아는 사물에 대한 개념의 도움을 받아 개념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의 궁극적 본질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이 선택한 일종의 형이상학적인 결론이다. 현실의 본질이 어떻든 이런 현실은 사람들에게 영원히 접근 불가능하다.
인간이 없으면 인간이 지각하는 바로서의 현실 또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모든 사람에게 그 사람의 원형이 구체적으로 존재한다면, 모든 사람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방법으로 자라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속적이고 실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가변적이고 다양한 무언가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어떤 것을 생산하고 성장한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실체의 영속성은 파괴된다. 그 실체는 어떤 일의 전과 후에 더 이상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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