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 '새 세상'이라 할 때의 '새로움'은 마음의 깨달음에서 나오는 모든 지식과 무관하다. 마음이 인식하고자 하는 것은 사물의 본성 자체인데, 그런 본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서로 다를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마음의 깨달음이 지적이거나 이론적인 분석과 구별되는 점은 단지 삶의 본성을 분석적인 반성에서만이 아니라 경험적 체험에서 얻어지는 마음의 본성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상적인 깨달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약을 먹지 않고 머리맡에 의사의 처방전만을 놓아두어서는 약의 치료효과를 볼 수 없는 것처럼, 이론도 마음의 본성을 어둡게 하는 모든 것을 제거하기 위해 실천에 옮겨지기 때문에 모든 삶의 이론이 무용지물로 취급되어서도 안된다.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세상만사를 바람직한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아차리는 것은 그 대상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각하는 방식에 있다. 정신에 이로운 내적 특성이라고 모둔 아름다운 대상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몸에 좋은 보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추한 대상이라고 해서 모두 정신에 해로운 것들은 더더욱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사라진다고 해서 지금 내가 보고 느끼고 있는 현상적 세상이 없어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단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나 존재들이 지각하는 '세상들'은 그들에게 그대로 계속 존재하는 것이다. 물은 물고기에게는 의식주를 해결해주지만, 인간에게는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음료이며, 폐하고 병든 사람들에게는 고름으로 인식된다.
건강하고 멋진 이성은 연인에게는 환희의 대상이지만, 수도승에게는 방심의 대상이며, 맹수에게는 훌륭한 먹을거리 맊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모든 지각이 대상에 의해 촉발되지만, 나의 지각은 결국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높은 산능선을 바라볼 때 최초로 떠오르는 생각은 전혀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지각이다. 다름 순간 '아 달려 올라가기가 정말 힘들겠구나!'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여기 쉬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에 따라 수많은 생각들이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만약 대상이 그 자체로 정의되고 그것을 관찰하는 주체와 관계없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면 모든 사람들은 그 대상을 동일한 방식으로 지각해야 하는 이유다.
등산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지각을 명상과 분석을 통해 검토하면, 더 이상 지각의 확고부동함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거나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적'과 '친구'의 개념이 덧없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오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대단히 편안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대상일 수도 있고, 얼음을 녹여 물로 만들듯이 대상에 대한 판단과 지각의 확고부동함을 녹일 수 있다면 몇 달 후에는 어쩌면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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