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로 나온 과일이나 햅쌀로 지은 밥을 보면 우선 우리 안구 뒤쪽에 있는 시각 영역이 작동하면서 과일이나 햅쌀의 형태와 색깔, 무늬와 깊이에 대한 정보를 가공 처리해 신경세포인 뉴런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과일이나 밥에 대한 표본을 만들어 저장한다.
이런 표본들이 뇌 속에 이미 만들어져 저장되어 있던 다른 표본들과 비교되고, 그 과정을 통해 새로 나온 햇과일과 햅쌀밥임이 판명된다. 이를테면 나의 젊은 시절에 일요일이면 여러가지 먹거리들로 새롭게 채워지던 백팩과 같다.
시각 정보는 곧 안구 뒤에 있는 뇌영역인 안와전투피질로 이동하는데, 여기서는 아주 특별하고 흥미로운 과정이 진행된다. 그 중 하나가 과일과 쌀의 외형적 모습에 대한 평가이며, 형태가 정확하게 둥글둥글한지, 삐뚜른지, 표면이 탱글탱글 싱싱한지 판별한다.
이처럼 생긴 모습만으로도 이것이 올해 새 과일인지 쌀밥인지 금방 확인된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은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게 된다. 이처험 이미지는 실제로 우리 욕구에 정말 큰 역할을 끼치고 있다. 안구전두피질이 대상에 대해 내리는 평가 때문이다.
만일 과일이나 쌀의 모양이 기대하던 것이 아니고, 부스지거나 색깔까지 칙칙하다면 안와전두피질은 '그래 뭐 굳이 먹으려면 먹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이것은 작년에 나와 저온창고에 있던 과일이나 쌀이야.'
우리 안와전투피질은 과일이나 쌀의 생김새 등 외적 모양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먹었을 때의 전망과 즐거움, 보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평가한다. 먹음직스럽게 느껴지는 수제 케이크 조각의 크림이 혀에 닿는 순간 공장 가공 크림임을 바로 알아차렸을 때의 실망 경험 같은 것이다.
안와전두피질은 식품을 보면서 맛이 있을 것이라는 보상을 약속했는데, 나의 혀와 미각으로 진짜 생크림이 아니라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크림으로 밝혀지면서 기대했던 보상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먹거리에 대해서 시각적 정보만이 아니라 냄새(후각), 먹거리를 집어들고 씹을 때의 접촉감(촉각)과 맛(미각) 등의 긴 과정을 거친 후에 뇌에서 짜고 달고 시고 쓰거나 감칠맛 또는 육감적이라는 5가지 맛(오감)으로 구분해서 저장된다.
음식이 정해진 길을 따라 우리 몸에서 미각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씹는 음식에 대한 정보는 미각세포와 3가지 신경을 거쳐 1차 미각센터로 보내지고, 이 미각센터는 대뇌피질의 표면에 있지 않고 뇌주름 안쪽고랑으로 깊이 들어가 있는 뇌섬엽의 섬피질이다.
섬피질은 맛의 온갖 표본을 다 가지고 있으며 식품선택에 대한 경보체계로 진화의 중요한 산물이다. 맛과 관련하여 안와전두피질이 결정하기 전에 삼킬 것인지 뱉을 것인지를 알려주는 생존 경보체계이다.
섬피질의 경보 능력은 다른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역겨운 표정만 보고도 즉각 반응하고, 어떤 음식이 맛이 없거나 병들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줄 만큼 발달했다. 아기나 아이들도 표정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어떤 것이 맛있고 맛이 없는지의 정도도 안다.
이렇게 되어 모든 식품을 보고 냄새 맡고 집어서 입에 넣고 씹어보거나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참고하면서 모든 기준이 충족되면 도파민 생성 영역으로 신호를 보내고, 보상체계가 활성화되고,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다함께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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