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어쩌다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키운 정신력과 정서적 체력을 나도 모르게 이끌어 내게 된다. 모든 것은 마음이 우리를 이끌어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전략은 오랫동안 달리기와 글쓰기 습관과 생각에서 얻게 된 교훈들을 연상시킨다.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서든 계속 일상의 삶을 살아가며,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선인들의 말을 생각한다. 마라톤 대회장에서 체온 보호를 위해 입고 있던 멀쩡한 옷들을 달리는 중에 몸에서 열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미련 없이 벗어 내던져 버린다.
누군가 나처럼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거나 대회 주최측 또는 봉사자들이 수거해 세탁해서 재판매 혹은 노숙자들에게 전해져 재활용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한다.
나처럼 집안에서부터 별로 주목 받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부모들의 애정 표현은 나같은 어중간한 기질의 사람들에게 존재감 같은 것은 사라지고 없어지게 만든다. 내 기질이 지금과 달랐다면 형보다 더 돋보이려 하거나 부정적 형태의 관심을 끌려 했을 수도 있다.
대신에 현실에서는 말이 없고, 알아서 기고, 숫기 없고, 부끄럼이 많아 갈등은 무조건 회피하고 보는 아이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만화책을 통해 도서관의 동화책으로 책읽기가 진화되기 시작되면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더듬이를 기른 셈이었다.
부산 고등학교 유학을 통해 바들거리면서도 끊임없이 더듬이를 키워왔다.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와 서서히 주목 받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아침 달리기와 등산이 그런 더듬이 역할의 첨병이었다. 그러다 갓시작된 마스터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하게 되면서 숨겨졌던 과시욕구를 회복하게 되었다.
끝없는 달리기 글을 그 때 불기 시작한 인터넷에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 안의 세 살짜리 아이가 박수를 계속 갈구했기 때문에 모든 대회에서 주자들이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IMF가 터졌고, 맞벌이 부부들 중에 한 사람은 강제적으로 퇴직을 하면서 다른 무직자 가장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자리 나누기 운동이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진료실에서 소아암 환자들의 가정이 깨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전통적 공동체 두레 문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소아암은 80% 이상이 완치되며, 부모들의 나이가 젊기 때문에 건전한 정신 건강의 회복력 또한 강해서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격려해주면 치유된 소아암 환우들이 건전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라 사회인으로 나오게 되고, 기부 문화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2년 5월 어린이날 "소아암 환우돕기 건강달리기 대회"를 시작하여 수익금 전액을 소아암 환우들의 치료비로 지원하는 국내 유일한 순수 기부성 마라톤 대회를 지금까지 20회까지 지속해왔다.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대회 운영비를 충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오로지 자신의 건강만을 위한 달리기라는 주자들의 의식이 소액 기부라는 이웃 돕기 사회적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자들의 의식 속에 심어주게 되었고, 마스터스 주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활성화되게 되었다. '일 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는 슬로건 아래 천천히 시작하고 무심하게 운영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기도 했지만, 아직도 운영비 마련에 어려움이 많아 매년 봄의 여의도 이벤트광장에서 개최되는 '서울시민마라톤 대회'와 가을에 수서역에서 강남의 산길을 달리는 '행복트레일런축제'의 2개 대회가 첫 대회 준비하는 것처럼 신경이 많이 쓰이는 중에 그럭저럭 진행되고 있다. 우리 자신에게 감사한 일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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