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진정으로 존재하는 실체는 생겨날 수도 없고 사라질 수도 없다. 모든 존재는 항상 변화하며, 한 번 생긴 존재는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모든 존재는 무로부터 생겨날 수도 없다.
무한한 원인들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도록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존재든 어쩌면 이미 존재할지도 모르는 무언가로부터 생겨날 수 없다. 이미 존재하는 것은 다시 생겨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절대적 진리의 관점에서는 인과 법칙으로는 원인과 결과라는 영속적이고 확고부동한 실재를 갖는 실체들 사이의 과정을 연결할 수 없다.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원인이 사라지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원인은 결과와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
혹은 결과가 나타나는 순간 원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그것은 결과의 원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씨앗과 나무처럼 각자 독립적인 실체로서 정말로 동시에 존재하는 두 사물이 있다는 그 하나는 다른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씨앗은 그 결과인 나무가 나타나기 전에 소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접촉이 있을 수 없으므로 그들 사이에는 어떤 인과 관계도 있을 수 없다. 같은 이유로 씨앗과 나무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그 나무는 그 씨앗에서 나왔을 리가 없을 것이다.
내가 공기 속의 산소를 들이마시고 그 결과 내 몸에서 신진대사가 일어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폐의 세포를 통해 혈액 속의 적혈구로 전달되는 산소의 경우도 지나가는 현상으로서의 산소는 존재하지만, 동일한 산소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산소는 영속적인 실체가 아니고 끊임 없이 변화를 겪고 있다. 식물의 잎에 흡수되어 광합성을 일으키는 햇빛이나 한옥의 지붕을 지탱하는 중심인 대들보 같은 것들 사이에 어느 것도 영속적이고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를 갖는 실체가 아니다.
상대적이고 관습적인 진리의 차원에서 인과 법칙은 영속적이고 확고부동한 실재를 갖는 실체와 더불어 함께 작용할 수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현상 세상의 어디에서도 독립적이고 고유하게 존재하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로 존재하는 실체들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현상들 사이에 형성되는 상호 의존적이고 구조적인 관계가 존재할 뿐이다. 배와 물처럼 이것은 저것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고, 이것은 저것을 근거로 생겨난 것이다.
어떠한 것도 다른 현상들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 만사의 인과 관계의 사슬을 이루는 각 요소 그 자체도 끝없는 변화 상태에 있는 순간적 요소들의 집합체이다. 이것이 자율적이고 영속적인 현상의 비실재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논거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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