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에서는 ‘하얀 시기심’과 ‘검은 시기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독일과 영어권에서는 남의 불행에서 얻는 쾌감을 칭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알고 지내던 친구가 결혼을 잘 했거나 사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이처럼 잘 나가던 친구에게 작은 불운이 닥쳤다. 고소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아니면 친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인생 설계를 고민하게 되는가?
검은 시기심과 샤덴프로이데라는 표현은 단순한 질투나 시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잘나가는 친구가 얄미운 정도를 넘어 그 친구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태도를 의미한다. 시기심과 질투심이 강하다는 말이다.
우리 민족도 유사 이래로 좁은 땅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다 보니까 예상 외로 시기와 질투가 강하다. 농경사회에서는 땅이 유일한 생활과 생산의 수단이었으니까 거기에 무한한 애착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 이치라 할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공직자가 종종 실수를 저질러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인간적 안타까움의 눈길을 주는 사람도 있고 잘못된 행동을 질타하기도 한다. 잘 나가던 사람의 실수와 굴욕 자체를 즐기고 고소해하는 샤덴프로이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불행히도 성리학과 농업에만 집착하여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엉켜 살다 보니까 서로가 생활을 위해 과도하게 경쟁하게 되고 그 속에서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일찍 다른 선진국처럼 농업 외의 산업을 발전시켰다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생활의 여유가 더 많아졌을 것이고 각박한 심정을 상당히 누그러뜨릴 수가 있었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산업 경제발전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토지에만 얽매여 생존경쟁을 해왔다. 살아남기 위한 생산과 생활이 무의식적으로 시기와 질투가 고질적이 되었다.
거기에 원한과 욕구불만을 풀기 위한 약자의 복수심이 더해지고, 나의 욕구불만이 강자의 독점과 행패에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무기력함을 보상받기 위해 원한과 복수의 심리가 내공적으로 굴절된 심성이 검은 시기심과 샤덴프로이데 심리다.
학술지 ‘인지＆감정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시기심은 크게 '악의적인 시기심'과'온화한 시기심'의 두 가지로 나뉜다. 두 가지 유형 모두 나와 상대를 비교했을 때 상대가 더 낫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온화한 시기심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의 성공에 포커스를 두고 어떻게 나도 이처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집중한다. 반면 악의적인 시기심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의 발전에 대한 고민보다 상대방이 잘못됐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악의적인 시기심은 샤덴프로이데에 속하지만 온화한 시기심은 그렇지 않다. 악의적인 시기심을 가진 사람들의 목표는 상대방이 피해를 입거나 곤란을 겪는 것이며, 질투의 대상에게 실질적으로 불운한 일이 생기면 긍정적인 감정이 촉발된다.
우리가 세계의 유일무이한 단일, 동질의 민족공동체이면서도 신분. 계층, 지역간 융합을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강자와 약자,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의 격차나 불평등 구조에서 생긴 악의적 시기심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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