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해설1]들어가며(1-5):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은 보자
경은 부처님의 말씀이고, 그 말씀은 부처님의 마음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경은 곧 부처님의 마음이다. 즉 마음이 바로 단 하나의 진리요, 부처라는 말이다. 공(空)이란 이것을 밝히기 위한 수단이요 방법이다. "척하면 삼척이요, 하나를 말하면 셋을 알고, 쩍하면 입맛이다"는 말이 있다. 하나를 이야기해서 셋을 알면 넷과 다섯은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이치인데, 둘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다.
세상 티끌 하나 하나가 바로 진리의 실체다. 먼지 티끌 하나 속에 하늘과 땅을 포함한 시방세계가 다 들어 있다. 그러나 기러기가 스스로 기러기라 하지 않고, 산이 자신을 "내가 산이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지어 부를 뿐이다. 비록 산이라 이름지어 부르지만, 산이 산이 아니다. 희말라야 만년 설봉과 작은 한라산은 똑같은 산이 아니다.
어린이가 호기심에 맛본 맥주는 아버지가 매일 마시는 시원한 맥주와 똑같은 상표가 붙은 맥주지만 그 맛이 다르다. 먼지 하나, 티끌 하나도 진리의 드러냄이지만, 그것들이 스스로 진리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진리란 저 멀리 허공 속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설사 그것들이 진리라 깨달았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르고, 그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러므로 진리는 말로써 표현하려면 벌써 진리의 참뜻을 잃다고 하는 이유다. 침묵을 설명하려고 입을 열면 벌써 침묵을 잃듯이, 말없는 진리를 말하고자 하면 벌써 말없는 진리가 아니다. 그래서 "입을 열면 그르친다"고 하며 "입을 열기 전에 이미 그러쳤다"고도 하는 이유다. 지금 마신 녹차는 쓰고 고소하고 달기도 한 다섯 가지 맛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마신 녹차 맛을 상대에게 전해주려면 말로는 불가능하다.
녹차를 마시도록 권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마신 후의 달고 쓰고 고소한 맛은 그 사람의 느낌이다. 나의 느낌을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같은 녹차라도 맛보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다른데 하물며 내가 본 맛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말로 전할 수 있겠나? 말이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달은 곧 마음이요, 손가락은 말과 글이다. 반야심경 260자는 260개의 손가락이다. 그 많은 손가락에 헷갈려 넋을 잃어버리면 달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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