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완전히 인과 법칙과 상호 의존성의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그 속에 기독교에서 말하느 무한한 사랑과 지혜도 녹아들어 있다. 내가 지각하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 세계는 상대적 진리에 속한다.
존재와 비존재, 나타남과 사라짐, 운동과 부동, 하나와 다수라는 개념을 초월하는 사물의 궁극적 본성은 절대적 진리에 속한다. 그러므로 절대적 진리란 공, 깨달음, 비이원성의 실상을 아는 것이고, 그것은 분석적 사유가 아니라 명상적 체험에 의해서만 이해 가능하다.
공(空)의 개념은 거기서는 아무 것도 생길 수도 없고, 아무 것도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공허 안에서는 인과 법칙을 비롯한 어떤 법칙도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 안에 발현의 가능성이 조금도 담겨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무(無)와 불교적 의미의 공(空)을 혼돈해서 생기는 것이다. 무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반면 공에서는 보편적인 가능성, 우주, 존재들, 운동, 의식 등을 말한다. 현상의 궁극적인 본성이 공이 아니라면 현상이란 전혀 발현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비유적 표현에 불과하지만, 공간이 없으면 가시적 세계가 전개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만약 공간이 본질적으로 확고부동하고 영속적이며, 그 어떤 발현이나 변화도 불가능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공이 있으므로 만물이 존재할 수 있다.
공은 그 안에 모든 가능성을 담고 있으며, 이런 가능성들은 상호의존적이다. 공이 자의식의 소멸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적 사물들에 의해 채워지게 될 빈 공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되는 이유다.
공은 세계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의 예는 자아와 외부 세계를 포함하여 아무 것도 확고 부동하지 않고, 영속적이지 않으며, 현상 세계에서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비유적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참된 존재의 부재로 인해 현상들이 무한히 나타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공은 그릇 안의 빈 공간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무언가의 본성 자체이다. 상대적 진리와 절대적 진리를 구분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현상의 궁극적 본성과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향상을 혼동하는 한, 또 우리가 현상에 그 자체의 실재가 있다고 믿는 한 우리의 정신은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무수한 생각과 감정들에 의해 침범당할 것이다.
물론 그 감정 하나하나에 특정한 해독제를 쓰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데 질투를 억제하기 위해 동정심을 사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해독제들만으로는 결코 무지의 뿌리와 현상의 실재성에 대한 집착을 뿌리뽑을 수 없다.
이런 집착을 잘라내기 위해 공이라는 현상의 궁극적 본성을 분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성의 전지함에 도달했던 사람들에게서는 사물의 궁극적 본성과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 사이의 불일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대한 지각은 존속하지만, 이런 지각은 현상을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실체로 착각하는 무지에 의해 더 이상 왜곡되지 않는 것이다. 그 궁극적 본질인 공도 역시 동시에 지각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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