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한 번씩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단단히 붙잡혀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어떤 실수를 했거나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마주쳤을 때가 그럴 때다. 지금 열고 있는 모든 마음을 거두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광대한 의식의 공간을 생각하면 지금 느끼는 실패의 두려움까지도 자연스럽게 내 옆에 그냥 내려놓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괜찮아. 곧 모든 것이 조용해질꺼야!'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격려할 수 있게 된다.
장마로 물이 불어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다리에 가해지는 물의 압력에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폭풍우가 부는 길을 달려가면서 앞에서 가해지는 날려갈 듯한 바람의 힘에 느끼는 두려움들을 생각하면 조금만 견디면 모든 것이 편안해짐을 알게 된다.
나의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주위로 관점의 크기를 넓히면 지금 현실의 두려움을 위한 공간도 금방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두려움을 근본적으로 수용하는 힘을 기르게 되면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챙김과 자비의 마음의 양 날개를 이해하게 된다.
두 날개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아무리 위급한 순간이라도 마음이 충만하고 수용적으로 깨어있음이 가능함을 분명히 느끼고 자연스러운 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된다. 인생을 편협한 눈으로 보는 것과 더 광대한 관점으로 보는 것의 차이다.
좁은 울타리에 갇혀 사는 동물원의 동물들과 넒은 야생에서 무리지어 사는 동물들의 즐기는 공간의 차이와 같은 것이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나 두려움도 결국은 직접 마주하고 느껴야 해결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넓은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에 취해 당장의 두려움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을 회피하려는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게 된다. 두려움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폭우 속을 달려가듯 두려움의 감각에 기꺼이 능동적으로 접촉하고 즐기려는 의도가 필요하다.
두려움에 직면했을 때 누구나 자신의 생명줄로 여기는 것을 놓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낮에 직장에 나가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고, 저녁에 사람들과 만나고 술을 마시는 것 또한 외부의 힘에 기대어 지켜야 할 나의 생명줄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 두려움의 물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두려움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오감으로 들어오는 감각과 내 몸 속에서 일어나는 느낌들의 생생한 변화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와아, 이건 너무 심하네!"라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누구나 죽음의 고통과 내가 현재 소중하게 붙잡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폭풍우 속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두려움 속으로 들어가 그것을 수용하려는 시도는 나의 직관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두려움은 삶의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저항은 삶에 대한 저항과 같다. 회피 습관은 삶의 모든 측면으로 침법하여 제대로 사랑하고, 내면과 주위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을 방해한다. 깨달음의 중심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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