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해설2]나는 누구인가?(2-4): 천상천하 유아독존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상황상화마다 내가 느낀 감정을 전하고자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같은 커피라도 맛보는 사람마다 맛이 다르기 마련인데, 내가 느낀 맛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말로 전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란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과 같다. 달은 곧 마음이요, 손가락은 말과 글이다. 반야심경 260자는 260개의 손가락이다. 그 손가락 숫자에 넋을 잃으면 달을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허공을 삼키고도 남음이 있고, 작은 깨알 속에 들어가도 보이지 않는다. 가히 헤아릴 수 없어 마하라 하지만, 어찌 크다 작다 할 수 있으리요."라는 말도 보통 크다고 하면 작은 것의 상대적인 표현이다. 넓다고 할 때도 좁은 것을 상대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진리의 근본 자리는 크고 작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홀로 존귀한(천상천하유아독존 (天上天下唯我獨尊)" 진리의 본체를 어떻게 다른 것과 크고 작음을 다투고 헤아리겠는가 말이다.
마하(摩訶)는 범어(梵語, 산스크리트어)로 크다, 넓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크고 넓음은 상식적으로 헤아림으로 가능한 크고 넓음이 아니다. 금강경에 "수보리야 남서북방과 사유상하 허공을 생각으로 헤아릴 수 있겠는가?"라는 부처님의 질문에 수보리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생각으로 가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처럼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이 넓고 큰 것을 마하라고 한다.
다시 금강경에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의 몸이 수미산만큼 크다면 이 몸을 크다로 하겠느냐?"라는 부처님의 질문에 수보리가 대답하기를 "예 매우 큽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몸 아닌 몸을 이름하여 큰 몸이라 하신 까닭입니다."라 하였다. 수미산이란 가장 높고 큰 산의 이름이다. 사람의 몸이 수미산만큼 크다면 정말 큰 몸이라 하겠다. 모습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허공에 비하면 한 점 티끌과 같다. 마치 히말라야 영봉이 아무리 높다한 들 구름이 그 위를 한가롭게 오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높은 빌딩도 새들의 발아래 있듯이 사람의 몸이 수미산만큼 크다고 할지라도 그 겉모습만 보고 크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높다, 낮다, 작다, 크다, 좁다, 넓다는 것은 겉모습이다. 겉모습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공 가운에 있다. 그러므로 그 어는 것도 허공보다 큰 것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이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은 허공 속에 있어서 그 겉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그런 큰 것을 물으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몸 아닌 몸'을 크다고 하신 까닭이라 대답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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