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집 주위 담벼락 아래 호박씨를 심어 담벼락 전체가 호박 넝쿨로 뒤덮이게 하거나 집 뒤꼍에 여러 가지 꽃씨를 심어 생명체들이 자라며 꽃피고 열매 맺으며 일생 동안 스스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개와 고양이와 함께 뒹굴거나 소나 돼지나 닭, 토끼들에게 때가 되면 먹이를 주고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등을 쓰다듬어 주기를 좋아했다. 이렇게 어떤 살아있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것들을 사랑한다는 말이다.
주의는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누구나 삶에 감동을 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더 열리고 더 깊이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깨어있는 가슴을 사랑한다.
깨어있는 가슴과 의식은 활짝 핀 꽃처럼 나의 본성의 완전한 실현 그 자체다. 내가 사랑받고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은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세상 만사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마음이 열리고 관대해지고 내가 누구인지 가장 잘 알게 된다.
마음이 사랑으로 채워져 있으면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있거나 무감각하다고 느낄 때조차도 나는 여전히 내가 관심을 갖는 생명들을 보살핀다. 마치 어떤 상황에서나 어린 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세상 어떤 생명있는 존재도 미워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미워하거나 괴롭히지 않아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어떤 사람들의 이기적이거나 비이성적 행동에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긴 했지만,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미워한 적은 없다.
내 살아온 삶이나 지나온 인류의 역사를 돌아봐도 미움과 분노, 그리고 모든 형태의 증오가 삶의 보편적 요소임을 알 수 있다. 싫은 감정이 생겨나는 이유는 내가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다른 존재로 느끼도록 조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며 똑같은 삶의 방식으로 같은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을 뿐, 전혀 새롭거나 특별히 차이나는 존재가 아니다. 주의나 관심, 사랑 같은 마음 수련을 통해 모든 존재를 근본적으로 수용하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크리슈나무르티나 달라이라마나 간디나 마더 테레사에게 가난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모든 사람들이 고통의 가면을 쓴 영적 존재들이거나 부처님이거나 그리스도이기 때문이었다.
봉사와 훈련을 통해 자신을 무감각하게 만들었을 '다름'의 너머를 볼 수 있었고,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조건없는 자비와 봉사를 할 수 있었다. 누구나 겉모습 너머를 보는 훈련을 하면 모두가 빛나는 영적 불꽃을 가진 같은 존재라는 공통분모를 알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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