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 세계는 나의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다. 물질 세계는 홀로그램과 비슷해서 분명하게 눈에 띌 정도로 생생하지만, 동시에 텅 비어 있다. 실제로 사물에는 파도에 허물어지는 모래성처럼 견고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모든 사물은 공(空)의 관점에서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지만, 그 형체는 분명히 존재한다. 즉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여기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즉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둘 다이면서도 둘 다 아니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소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공(空)의 울림이다. 그 소리가 실재한다면 그것은 공의 울림이라는 점에서다. 즉 좋거나 나쁘거나, 혹은 기쁘거나 슬픈 생각이든 모두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즉 일상에서 내가 느끼는 모든 생각, 좋거나 나쁘거나 혹은 기쁘거나 슬픈 생각들 모두가 하늘을 나는 새처럼 흔적 없이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듯이 소리가 허공에서 메아리처럼 들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생생하면서도 동시에 비실재적인 것으로 보이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런 직접 경험은 강제할 수도, 억지로 꾸며낼 수도 없다.
그러니 모든 생각과 느낌을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삶의 경구들을 절대적인 교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경구들에 귀를 기울이고 곰곰이 생각하고 궁금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경구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알아가야 하지만, 그것들은 사실에 대한 일방적인 언명이 아닌 일종의 도전이다. 의미를 가만히 곱씹어보면 내가 사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것조차도 실은 모호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깨어 있는 동시에 꿈을 꾸는,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는 환상의 인간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을 더 이상 걸어 다니는 전쟁터로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항상 선악이 공존하며, 신맛과 단맛도 공존하고 있다.
선과 악, 옳고 그름, 기쁨과 슬픔, 승리와 패배, 이득과 손해 같은 확고해 보이는 견해들이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눈과 마음을 활짝 열고 지금보다 더 깊은 차원의 인식으로 들어갈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의 차원으로 이동해가는 것이다.
바깥에 있지 않고 내 안에 부처가 있다는 말도 사실은 내 안에 공존하고 있는 선과 악, 순수와 타락이 바로 부처라는 말이다. 반드시 좋은 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깨끗할 수도, 추잡할 수도 있다. 양 극단은 항상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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