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 시대 이후 우리 사회는 당장 수익이 되는 일, 외형적으로 근사한 것 등만 추구해 왔다. 책도 우화(偶話) 위주로 가벼운 책만 팔리고, 깊이 있는 책은 외면당한다. 이런 속물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의 본성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인문학이 아무리 중요하고 인가가 있더라도 해안에 밀려오면 쓰러지는 파도처럼 결국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외형 지상주의, 속물 자본주의의 속성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예가 소위 '된장녀' 현상이다.
허영에 가득 차고 명품을 선호하는 등 요즘의 '생각 없는 여성'을 된장녀라 하며 손가락질하거나 비난하는 글들에도 어김없이 본질보다 외형, 역사보다 현재를 중시하는 요즘 요즘 우리 사회에서 발견되는 속물근성들이 나타나고 있다.
경박하고 속물적인 사회에서는 허영에 찬 이기적인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을 멸시하고, 어리석은 사람에게 경탄하며, 아부하는 사람을 숭배하는 자기 허영의 노예가 되기 마련이다. 사람인 이상 허영을 완전히 배제하는 삶을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인생 60여 년을 되돌아봐도 대부분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 30년의 배우는 시기에는 성적과 학력을 비교하고, 다음 30년은 한창 일에 빠져 경제력과 지위를 비교하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30년을 더 살아가는 기회가 있다고 해도 여전히 자식들의 성공이나 나 자신의 건강과 장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아갈 것이 거의 틀림없는 사실이다. 살아있는 동안 항상 주변 사람들보다 낫기를 갈망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런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살기 바라는 갈망에 허울 좋은 허영심을 채우는 것 외에 아무런 유익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얼마 전에 잠수교 교각에 언쿨 꽃들이 전시되었다. 아침 저녁 지나갈 때마다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의 비바람에 넝쿨과 줄기와 잎들이 엉키고 잘려나가도 떨어지면서 아름답던 모습이 폐허로 변해버렸고, 결국은 모두 철거되고 없어졌다. 인생 여정에서 허영도 꼭 이와 같은 운명을 거칠 것이다. 세찬 바람 한 번 불면 허망하게 날아가 버린다.
허영심이 충족되는 순간의 잠깐 동안은 만족감을 느끼겠지만, 이내 무거운 짐이 되어 나 자신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다. 기껏 얻은 만족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 혹은 더 큰 허영심이 마음의 평화를 빼앗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허영심은 왜곡된 자존심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허영심이 강하면 늘 보이는 것을 추구하며, 화려한 겉모습으로 부실한 내면을 감추려 애쓰면서 이상과 현실의 간극 속에서 늘 고통에 시달린다. 이런 속에서 행복은커녕 가장 기본적인 즐거움마저 놓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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