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길을 가면서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아무 감흥 없이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 그림 속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될 뿐이다. 개인적인 분노나 미움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친절이나 자비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친절하다는 말은 사람들을 정답고 따뜻하게 대한다는 말이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조건 없이 관대하고 사랑이 충만한 자비의 마음으로 대하고, 매 순간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다.
친절은 자비라는 보석의 한 면으로 내가 만나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와 내가 이어져 있음을 기억할 때 일어나는 돕고자 하는 욕구다. 내가 만나거나 함께 있는 모든 사람들은 소중하고, 연약하며,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 자세다.
함께 살아가면서 보고도 못본 척 지나치기 일수이며, 모르는 사이에 나의 친절을 유보한다. 지하철을 함께 탄 사람들처럼 정기적으로 보지만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해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는 반응을 유발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람이 누구이며, 무엇을 필요로 하며, 어떤 것을 걱정하고 있거나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호기심이 생기고 생각하게 되면서 비로소 내 인생의 배경이 아니라 실재하고 살아 있는 인간이나 동료로 나에게 다가오게 된다.
그제서야 비로소 상대의 호기심 어린 눈, 너그러운 미소, 불안에 찬 꽉 다문 입, 실망하고 체념한 듯 처진 어깨, 풀 죽은 표정에 깃든 슬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만약 더 오래 그 상태로 있는다면 그들의 수줍음, 어색함, 두려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실재적이고 더 친절하게 느껴지고, 그럴수록 나도 더 실재적이고, 따뜻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내 세계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뿐이다.
가던 길을 잠깐 멈춰 서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을 실재하는 존재로 볼 때, 비로소 모든 존재가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친절의 부드러운 힘을 배우기 전에는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알 수가 없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그들이 내가 될 수 있으며, 그들 역시 밤새워 어떤 계획을 세우거나 여행을 하거나 홀로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계획을 가지고 신비로운 생명을 힘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친절의 부드러운 힘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기울일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깨어나게 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자비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전에 항상 나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먼저 친해져야 함을 먼저 알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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