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줄기세포엔 본능적으로 몰입과 중독에 대한 유전인자가 들어있다. 신체 활동, 특히 달리기 같이 한 번 빠지면 그 누가 뭐래도 빠져 나올 수 없는 내적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다. 보통 2~3개월만 매일 규칙적으로 달리면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한사코 주위 사람들에게 ‘달리기의 즐거움’을 외치며 기꺼이 ‘달리기 전도사’가 된다. 그러나 운동 중독은 마약이나 도박, 술 중독과는 다르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을 학대하거나 질책하지 않는다. 아무리 기록이 나쁘게 나와도 그들은 밝게 웃는다. 만족의 근원이 밖이 아니라 내 속에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계속 하다보면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달리기 그 자체가 되는 일이 일어난다. 이 진정한 황홀감은 순환적이다. 행복하기 때문에 달리고, 달리기 때문에 행복하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깊이 깨닫게 된다. 무리지어 사냥감을 추적하는 달리기는 인간의 본능이며, 생물학적 기질 가운데 하나다.
행복이 밖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있음을 알기 때문에 혼자 가지려 애쓰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돕고, 격려하고, 참을성 있고, 관대해진다. 다른 사람의 가치와 소중함을 인정하고, 감정을 배려한다. 권력 투쟁이나 내가 옳다고 주장하거나 내 주장을 증명하는 일을 포기한다.
저절로 비판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지며, 다른 사람이 성장하고 배우고 경험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여유롭고 보살피는 자세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항상 느긋하고 활기차며 에너지가 넘친다. 삶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쉽게 진행된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거나 뭔가를 포기한다는 동기에서 행동하지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봉사할 뿐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도전 과제가 아니라 발전의 기회로 바라본다. 그런 만큼 성품이 온화해지고, 개방적이 되며, 불필요한 것은 애써 붙잡고 있기보다 자발적으로 부단히 놓아버리고 항복하는 내적 변화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느끼고 받아들인다.
그런 주도적 변화의 과정에서 과거나 미래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재에 살게 된다. 삶의 열정 즉, 힘든 도전에 대한 매우 특별한 스릴과 내 몸이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느낌에 중독되어 감사와 기쁨, 그리고 목표에 대한 확신을 느끼며, 외부 환경에 대해 방어하지 않고 사람을 믿게 된다. 달리기처럼 매일의 삶이 나에게는 생명선과 같다.
바쁘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의 삶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을 살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내가 계속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는 아주 조금 밖에 없지만, 사는 것을 그만 둘 이유라면 날이 갈수록 산처럼 쌓여갈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순간 순간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소박하고 아담하면서도 정겨운 침묵의 공간 속을 그저 앞만 바라보고 나아갈 뿐이다.
적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여 살아가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서 좋다. 그저 주위의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고, 나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세상에 투사했던 힘을 되찾고 능력이 있음과 피해를 입지 않을 가능성을 느끼고 더욱더 내적 평정에 들어간다.
나는 몸을 느끼는 마음이지 몸 그 자체가 아니다는 사실을 더욱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감정과 신념을 더욱 내려 놓으면서 마음도 내가 아님을, 나는 마음과 감정, 몸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어떤 것임을 자각하게 된다. 외적 환경이나 몸, 감정, 마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변함없고 동일하게 그대로인 어떤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런 자각과 함께 완전한 자유의 상태, 내면의 큰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도 시원하고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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