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평소 힘이 없다며 한 번씩 오셔서 간단하게 여러 가지 비타민 주사를 맞고 가시던 어르신이 오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몇 일 전 새벽에 너무 몸이 처지고 불안하여 겨우 기듯이 진료실에 왔더니 휴가 중이라 그냥 돌아갔다고 하셨다.
집에 가서 '에라 이왕 죽을 몸, 이렇게 구차하게 살려고 애쓰지 말자!'며 선풍기 최대로 틀어 놓고 이불 덥고 누워있었더니 저절로 잠이 들었다가 1시간 쯤 후에 일어났는데 많이 좋아졌더라."고 하시면서 웃으신다.
살다 보면 유독 걱정과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돈이 없어 수술을 고민하는 환자, 끼니를 걱정하는 노인,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장애인, 뿌리 깊은 공무원의 불친절을 호소하는 민원인, 국민의 건강은 빠진 의료 정책을 비판하는 의료인 등 다양하다. 요즘 그만큼 삶이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질병이라는 삶의 고통을 함께 위로하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그래서 서로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친절한 마음이 우러나게 만든다. 이미 발생한 질병은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앉아서 머리로만 걱정하고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러 저런 걱정을 안고 산다. 걱정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 걱정의 본질이다. 대부분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런 걱정과 고민은 스스로가 만들어 자초한 것이 대부분이며, 이로 인해 인생이 불행해지고 감사할 줄 모르며 불평만 늘어나게 된다.
미국 심리학자인 어니 젤린스키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이며,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 22%는 사소한 고민,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 나머지 4%만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이라 했다.
우리 주위에서 스스로 만든 걱정과 고민의 부정적인 덫에 걸려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한 채 근심과 분노에 얽매여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듯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삶에 감사할 일이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죽는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목숨이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게 된다. 중병을 앓으면서도 분명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우리 주위에는 온통 감사할 이유들이 넘쳐난다.
질병의 고통에 묶이지 않고, 현재의 삶의 기쁨을 즐기면서, 그런 마음의 힘으로 병원에서 말하는 불가사의한 생존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어디 그냥 생존 뿐인가! 건강한 사람들조차 갖기 힘든 평온하고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시한부 진단에도 건강하게 살거나, 놀랄 만큼 잘 낫는 환자들에게는 부정적 진단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의학보다 자신의 치유력을 믿거나, 병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살거나, 질병의 고통보다 삶의 무언가에 감사하는 밝은 마음이 공통적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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