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겉으로 나타나는 대립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롯될 뿐이다. 그런 대립은 오직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며, 그런 만큼 일종의 허상인 것이다.
거짓된 것은 진정한 존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런 만큼 참됨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다. 악은 일종의 탈선에 불과하며, 이는 오류가 현실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 불과한 것과도 같다. 삶을 둘러싸고 있는 상대적인 진실과 혼란은 진실의 분열에서 시작된다.
진실의 분열은 존재와 현상의 원초적 순수성을 보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나쁨이나 악은 허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로의 추락이나 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지니고 있는 본성에 대한 망각이나 비몽사몽 상태나 기억 상실일 뿐이다. 일단 이런 본성이 잊혀지고 나면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구별이 나타나고, 그로 인한 부정적 감정들과 고통을 낳는 애증과 연관된 모든 경향들과 자기 중심주의가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고통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 것도 확고부동한 실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깨달음에 도달할 때 깨어나게 되는 악몽에 불과할 뿐, 무지란 곁코 원래부터 존재한 적이 없다.
악몽에 사로잡혀 잠을 자는 사람의 생각처럼 깨달음을 얻게 되면 악몽의 본성을 알고 그런 악몽에 속지 않게 된다. 즉 악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참된 존재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밤중에 길가에 서있는 나무를 보고 사람이 서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던 경우들이 있지만, 그냥 나무일 뿐 사람이 있은 적은 어느 한 순간도 없었다. 그러므로 삶에서 느끼는 오류는 순전히 부정적인 존재 양식을 따를 뿐, 그 자체로 고유한 실체가 없다.
무지가 걷히는 것은 바로 무지의 궁극적인 본성이 앎이기 때문이다. 내가 숟가락에 묻은 때를 닦아낼 수는 있지만, 숟가락 자체를 하얗게 만들 수는 없는 것과 똑같다. 즉 사물의 참된 본성을 알지 못할 때 그것의 겉으로 나타나는 양상에 매달리게 된다.
나와 다른 사람, 아름다움과 추함, 마음에 드는 것과 들지 않는 것 등의 이원적 느낌이 발전하여 모든 일련의 혼란스러운 심적 요인들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무지란 것이 바로 내가 인간으로서 지닌 본성을 잊고 이에 역행하여 행동하게 하는 일종의 장막이다.
달을 쳐다보면서 눈을 누르면 달이 두 개로 보인다고 해서 달은 하나뿐이라는 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악과 고통의 근원인 무지는 우연한 오류일 뿐이며, 편안한 잠자리에서 악몽을 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환상이라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이 없던 것과 같아진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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