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세상에서는 대단한 존재란 없다. 크고 대단하게 보니까 그렇게 다가올 뿐이다. 우리 사회에 유명인 또는 '스타'란 그 사람이 우리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준 겉으로 드러낸 언행에만 현혹되어, 그 사람이 쏟아낸 배설물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생긴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천하에 초라한 존재는 따로 없다. 초라하게 보니까 초라해 보일 뿐이다. '거지'도 사람들이 구걸하는 겉 모습에만 현혹되어, 구걸이란 '노동'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아 벌어지는 현상이다. 스님들의 탁발도 외형의 모습은 똑같지만 거지같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다.
누구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 다른 사람은 고객에게 잘 보이려, 부모는 자식에게 잘 보이려, 기독교인은 하느님에게 잘 보이고, 불교도들은 부처님에게 잘 보이려고 지성으로 노력하고 애를 쓰고 함울 쓴다.
오즘 흔한 비는 땅에게 잘 보이려고, 하늘조차도 구슬땀을 흘리는구나 생각하면 그리 귀찮치도 않다. 그냥 친구같은 동지애를 느낄 수도 있다. 열반송은 큰 스님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평생 쌓아온 수행의 경지를 드러내는 노래다.
하나하나 모두가 장엄하고 신비롭게 들리고 읽힌다. 오늘 하루를 후회 없이 살고자 한다면, 후회 없이 일해야 하는가. 후회 없이 놀아야 하는가. 어떤 큰 스님께서는 어느 쪽을 택하든 지치긴 마찬가지라며 열반송을 거부하기도 하셨다고 한다.
"정 누가 물으면, 그 노인네 이래저래 살다가 이래저래 갔다고 해라"고 하셨다. 그냥 우리 삶은 똑같다. 어제 살아왔던 마음으로 오늘 가면 그 뿐이다. 거기에 무슨 의미나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까 말이다. 어떤 존재성이 존재하다가 없어진 것 뿐이다.
나는 어릴 때 먹는 것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 시절에는 한국전쟁이 막 끝난 이후라 먹을 것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즐거움 같은 것도 없었다. 그냥 해뜨면 눈 떠지고 기나긴 낮을 지나고, 해지면 눈 감기고 잠들면 편안하던 시절이었다.
입맛 만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단 것을 접할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사는 것 자체가 눈치보고, 쓰라린 것임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며 살아온 시절이었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가기 싫은 곳도 가야만 하루 해가 빨리 지나갔다.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못해서 선생님에게 매맞는 것이 싫어서 억지로 말 그대로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시절, 부득이 부산으로까지 유학을 가야했고,내 삶을 혼자 감당하기에도 급급했지만,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참고 견디며 내 할 일에만 집중했다.
원래가 그런 천성이었던 탓일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삶에 대한 의미와 목표가 생기고, 다시는 이 땅에 나와 같은 인생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데 이바지하고 싶어 의과대학을 가고, 졸업 후에는 군대라는 공직 생활을 택했다.
젊어서는 부조리하고 혼란했던 양반사회, 식민사회, 전쟁 후 세상을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사회를 바로잡겠다는 소극적 보수주의자가 되어갔다. 누가 내 것을 빼앗아갈까 고민하고 전전긍긍하기보다 내것을 소유하지 않는 편안함을 택했다.
그런 과정에서 보수는 '좋은 것을 지키자'는 정신이고, 진보는 '나쁜 것을 바꾸자'는 정신이자 이념이라 생각하고, 사회 생활은 사람을 어디까지 미워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기회라 믿고 조심조심 지금까지 기어오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수요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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