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살아가다 보면 자기 자신이나 자기와 관련되어 있는 일에 대해 스스로 그 가치나 능력을 믿고 마음 속으로 당당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혈연, 학연, 지연과 같은 뿌리 지향적인 자부심이 강한 사고방식이다.
자기 품위를 스스로 지키려는 감정인 자존감을 대체하는 잘못된 마음이다. 사귀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스토킹, 감금, 구타, 협박 없이 자신의 안위와 자존감을 보전하면서 이별하는 요즘 신조어의 일종인 안전이별이 좋은 예다.
완벽주의나 강박적 청결이나 정리정돈, 지나친 야심이나 일중독, 시간 지키기, 도덕적 우월감, 예의 바름과 믿음직함 등의 형태를 취하면서 그런 자신을 자랑하고 우쭐해 하며, 오만하거나 자신만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바로 자부심이다.
정치인이나 출세지향적인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을 향하는 자부심의 목적이 감탄을 자아내고, 비판과 거부 반응을 피하고, 받아들여지며,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짐으로써 자신을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내면의 느낌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적 대응이다.
나이 어린 연예인들이나 벼락 출세한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을 향하던 사회적 스포트라이트가 꺼질 때 나락으로 떨어져 우울증에 빠지거나 자살을 하는 것도 극단적인 자부심의 악화된 증상이다.다른 사람의 부러움이나 경쟁심, 증오나 쉽게 이용하려는 마음이다.
이럴 경우 충분한 자존감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기에 영합하는 대신에 "너무 높이 던져 올리지 말기'를 부탁하고 바라는 여유를 가지고 있으며, 반면에 내면의 겸손과 감사에서 동기를 부여받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서 애정을 끌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누가 나를 좋아해주기를 더 이상 바라지 않으면 어느 새 사람들이 나늘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의 구미에 맞추고 그들을 조종해서 인정받으려 하지 않으면, 어느새 정말로 존경을 받게 된다. 거짓된 겸손은 금방 세상에 그 바탕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노여움을 달래고, 아첨하고, 경의를 표하고, 자신을 낮추고, 뭐든 받아들이는 자기 비하나 폄하하는 식의 태도는 호의적인 대우를 받아 자기 식대로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에고에 편승해 그들에게 영향을 주려는 시도다.
거짓된 겸손을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저는 사람 됨됨이의 그릇이 작습니다. 부디 그렇게 대해 주십시요."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그러면 사람들은 즉시 그렇게 대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 세상 이치이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다함께 살아가야 하는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취약한 입장이기 때문에 모두가 다른 사람을 교묘하게 조종하고 진정하고 대등한 인간관계를 파괴함으로써 스스로 자존감을 깍아내리게 된다.
그런 상황에 빠지면 자부심의 수준에서는 자신이 무사하고 평안하다고 생각하고 안심할 수 있지만, 자존감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취약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항상 방어적인 태도가 따라오게 마련이다.
우리 주위에 법을 무시하고 폭력적 데모를 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아랫 사람을 괴롭히는 염치없는 상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은 자신이 없을 때마다 자부심으로 더 부풀어 오르고, 팽창한 자부심은 지나가는 말 한 마디나 찌푸린 눈쌀 한 번에 펑크나기 십상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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