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나잇값'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온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사회에서 존경받을 만한 구석도 없으면서 나이가 많다는 것만 내세워 대접해주길 요구하는 것만큼 쓸데 없는 일도 없다.
동창회나 친목 모임에 가면 아직도 그런 일이 많다. 나는 주로 남자는 '형'이라거나 여자는 '언니'라는 존칭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나이에 따른 이득을 바라는 좁고 이기적 의미보다 오히려 나에게 이로운 목적을 이룬다는 의미로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평소에 주위를 둘러보아도 나이 많음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특히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 더 흔히 보인다. 나이 들었음을 내새우면 거만하게 보이고, 그런 사람들은 실지로 그렇게 굴 때가 많다.
어떤 모임에서 나이를 내세워 거만하게 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능이나 지혜가 나이에 걸맞게 뛰어나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자신의 나이가 많음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많은 것은 좋은 일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반드시 나쁜 일이라고도 할 수 없다. 나이가 많을수록 사회적 경험이 풍부하고 견문이 넓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개인과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이든 사람일수록 웰빙에 대한 기대치가 젊은 사람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삶에 대한 만족도는 나이가 들수록 높아질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전쟁 후의 어려운 시절을 겪은 사람들은 산업화 이후 세대들에 비해 삶의 질에 대한 상대적 기대치가 더 낮다.
젊었을 적게 겪었던 혹독한 삶의 경험이 현재 삶의 만족도를 높이게 되고, 행복에 대한 기대치 또한 내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데 크게 작용하게 된다.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수록 만족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정말로 도움을 주는지는 사실로 입증되어야 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저절로 인정해주는 세상이 아니다. 단지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으면 누구든 불쾌감을 느끼며, 심하면 분노가 치밀어 올라 상대와 원수지간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을 유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느냐의 여부는 존경받을 만한 점이 있는가의 여부에 달렸다.
존경받을 만한 구석도 없으면서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대접해주길 요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은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말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 자체로 스스로 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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