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구도의 목적은 모든 애정과 반감의 생각들이 일어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무의식적인 과거의 성향들과 그것들이 작용하는 조건들에 접근하여 그러한 성향들의 근원과 성격들을 검토하고 해소하는 마음 공부라 할 수 있다.
명상은 도덕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제적인 의미에서의 순화작용이라 할 수 있다. 마치 강물의 깨끗함과 투명함을 방해하는 침전물이나 오물들을 제거하는 행위와 유사하다고 보면 되겠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시행하는 정신분석과 다른 점 또한 이것이다.
정신분석은 유년기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의 가장 비극적인 요소들로부터 벗어났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내적 자유를 구속하고 있는 뿌리 깊은 근원을 풀어낼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취약하고 긴장되고 불안한 상태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무의식과 같은 의미를 갖는 습관적인 성향들을 보기가 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그것들이 아직 감광은 되었지만 현상이 되지 않은 사진 필름의 영상처럼 잠재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은 이런 필름을 현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불교에서는 진정한 앎의 상태인 깨달음의 불로 그것들을 태워버리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깨달음은 마음의 궁극적 본성, 즉 텅 빈 상태인 공(空)을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모든 성향들의 흔적을 지워주는 등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과거에 안고 있었던 몇몇 문제들의 정체를 알게 된다는 사실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래 전에 일어난 몇몇 사건들을 다시 체험하는 것은 몇몇 장애를 감소시켜 주기는 하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하는 제한적인 치유책일 뿐이다.
막대기를 가지고 연못 바닥의 진흙을 끊임없이 휘젓는다고 해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어릴 적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학교에서 의도적으로 나쁜 성적을 받는 아이 이야기를 들었다.
무언가 파괴적 행동을 하거나 학교에서 나쁜 성적을 받는 등 워킹맘에 대해 자신의 무의식에 숨겨진 이런 결핍과 관련된 행동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자신이 이루었던 것을 파괴함으로써 그런 행동에 영향을 끼칠 것이지만, 정작 자신만 그런 사실을 모른다.
이론상으로는 원초적인 정신적 외상을 의식하게 됨으로써 무의식적인 과거의 사건에 대한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지만, 다른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존재가 되리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어떤 특정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는 있다.
불교적 명상이 정신건강의학적인 심리요법을 대체할 수 있다거나 모든 불교 신자들은 심리요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심리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명상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안정감을 우선적으로 찾는데 도움이 되는 치료가 필요하다.
명상만으로 자신의 정신건강의학적인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강도 있고 지속적인 마음 수련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강하고 안정적인 정신 상태가 절대로 필요하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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