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싱글족’도 급증하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나 식당 등이 생겨날 정도다. 나도 나이 들수록 친구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의 늘그막 고통들을 자주 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인들은 삼중고에 시달린다. 늘그막 가난과 질병, 그리고 외로움과 고독감이다. 외로움에 파묻혀 살면 하루에 담배 15개피씩을 피거나 술에 절어 사는 사람에 맞먹을 만큼 건강에 해롭고, 비만이나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보다 건강에 좋지 않다.
또 외로움이나 고독감 자체가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감기는 물론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알츠하이머 등 각종 신체 질환이나 염증뿐만 아니라 학습 및 기억력과 인지 기능 등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서 모든 연령대의 기대 수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알려졌다.
내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 이유다. 또 꼭 요양원에 가지 않더라도 이제 노년 연인을 사귈 수 있도록 자녀들이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데이트 상대조차 없다면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인 외로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고립된 홀몸노인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자 고독감은 21%, 우울감과 자살생각은 40% 안팎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보건복지부가 발표했다. 가난과 질병은 내가 어찌하기 힘들지만, 외로움은 친구를 만들면 즉시 해소될 뿐만 아니라 이른바 ‘고독사’는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롭거나 우울한 사람의 주변 사람들 중 누가 가장 상대의 고독함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지 연구한 결과, 우울한 사람의 상태는 연인이 가장 먼저 눈치 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밝혀졌고, 이는 우울하고 고독한 사람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연인의 판단과 역할이 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친구라면 당연히 좋아하는 음식부터 가장 부끄러운 비밀까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우정이 잘 유지되고 있을 때, 친구가 우리들 성장과 행복에 미치는 특별한 영향력을 깨닫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친구들이 우리의 성격, 건강, 열망, 가치관, 습관을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친구가 한 명 더 있으면 일 년에 고독감을 느끼는 날이 이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처럼 내가 원하고 규제도 받지 않는 친구는 함께 달리기나 농구 등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함께 하면서 내가 의식하든 하지 않든 우정이 강해지면서 의무감으로 뭉친 배우자나 가족들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을 앓은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가까운 친구가 없는 여성들은 친구가 최소한 10명 있는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는 사망률과 관계가 없었다. 친구의 사회적 지원이 나를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사회적 지원의 결핍이 모든 사망 원인을 부추긴다는 말이다.
튼튼한 지원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은 없는 사람보다 특정 시기에 살아있을 확률이 50%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니 이제 친구가 귀찮은 부탁을 하더라도 미래에 받을 대가를 생각해서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선뜻 응하자. 건강과 우정은 특히 주목할 만하니까.
"안 보면 보고 싶고, 만나면 헤어지지 싫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뜻 언뜻 한번씩 진하게 떠오르고, 그러면서도 안 보고도 베기는 털털한 사이"가 바로 친구라고 명심보감에 정의되어 있다. 그렇게 부담 없고 경계할 필요가 없고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관계가 바로 '친구 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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