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같은 인지 기능에 이상이 생긴 부모들을 모시는 자녀들의 괴로움을 많이 듣게 된다. 평소 전혀 부족함이 없던 부모들의 생각지도 않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얼마나 속이 상하는지 이야기한다.
나는 같은 의미로 자식들에게도 어떤 기대를 가지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기대를 가진다는 것은 부모나 자식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기대를 가져서는 안된다. 그저 친절한 것으로 충분하다.
그저 친절한 마음으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도록 곁에서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함께 저녁을 먹는다거나 작은 선물을 주는 등 작은 기쁨이라도 줄 수 있다면 뭐라도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목표를 세우는 것이 그를 공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해 어떤 성공 스토리를 원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내 생각대로 그들을 살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에 그저 친절하기만 한 것으로 충분하다.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라.'는 말은 나를 화나고 돌게 만드는 주범을 빨리 떼어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솔직히 그들에게 감사하고 싶지 않지만, 그저 문제를 해결해서 그들 때문에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비참하게 만들거나 이용당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 사람이 나를 대하는 방식에 몹시 마음이 상해 그저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즉 내가 맞닥뜨린 사람이나 상황이 곧 나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으라거나, 그저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만 하라는 뜻이 아니다. 모욕적이고 고통스러운 모든 상황에서도 마음을 열고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의 선한 마음과 내가 가지고 있는 본심이 교류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 겉으로 드러내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뭔가가 필요하다. 이는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르지만 누구나 그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지혜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다. 싸워서 이기기보다 서로 조화롭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비로운 행동과 말은 단 한 번의 승부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일이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나 상황이 다가와 모든 버튼을 마구 눌러대며 화를 돋울 때, 기꺼이 몸을 내주면서 '좋아. 나를 마음대로 공격해!"라고 말하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오히려 "감히 나에게 덤비다니.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것은 도전이다. 이것이 하루하루 나의 일상에서 화두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야말로 나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인 이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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