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물은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는 도가의 말처럼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한 인생 여정이 시작된다. 이 여행은 길어질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지만, 길어야 백년이고, 짧으면 몇 시간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의 희망인 스스로 충분히 늙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지만, 한 편으로는 재앙이기도 하다. 누구나 스스로 충분히 늙었다고 느낄 때까지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행복이라 할 수 있지만, 노년 말의 고충 때문에 힘들 수도 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노인들 중에 우주 만물과 사회 발전의 규율을 꿰뚫어보고, 사물의 변화는 절대적이고 불변이라는 상대적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사물이 영원히 변치 않기를 바라고, 변하면 변할수록 나빠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변화를 거부하는 분들은 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살아도 스스로 생각과 감정의 문을 꽉 닫아걸고 있는 것이다. 고집불통의 자기 폐쇄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사람과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세대차이가 아니라 거대한 바위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단절감이다.
여자들이 대한민국 남자들의 행동 중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 하나가 바로 군대 시절의 무용담 이야기라는 말이 있다. 소위 말해서 군대 생활했을 때의 무용담을 이야기할 때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침 튀는 줄도 모르고 열중한다는 의미다.
나도 간혹 술 마시며 지인들과 이야기하다가 젊은 시절의 일들을 이야기 할 때 열을 받고 있음을 깨닫고 슬며시 물러서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사람마다 지나간 소싯적에 잘 나가는 시절이 최소한 한 번 이상은 있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과거의 이야기에 빠져 현실을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잘 나갔던 시절을 자랑하며 으시대는 행동은 일종의 자연스런 현상이고, 다른 사람에게 지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에 기인하는 과시 행동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람이 나이가 들면 지기 싫은 것도 마음뿐이요, 강하고 싶어도 힘이 없으니 저절로 자괴감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박력있고 용감했던 젊은 시절을 자랑하며 자기 위안으로 삶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기 과시습관은 다른 사람이 나서서 고쳐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올림픽이나 세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입버릇처럼 하는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말이 의미가 있다.
금메달의 노란 색깔이 아무리 반짝이고, 스포트라이트가 아무리 휘왕찬란해도 일단 지나가면 과거일 뿐 현재의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올림픽 우승에 따른 즐거움의 지속기간은 약 3개월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리 큰 즐거움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상의 삶을 포함해서 세상 만사 모든 일이 시작하면 끝이 있게 마련이고, 한 번 끝이 나면 다시 새로운 시작 또한 뒤따라 오게 된다. 그래서 현재는 항상 '처음', 즉 '0'부터 시작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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